2026. 7. 7. 21:59ㆍ원자력 이야기/002. 핵반응과 핵분열
복리 이자, 계산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은행 예금의 복리 이자를 떠올려보세요. 첫 해 원금에 이자율을 곱하면 다음 해의 잔고가 나오고, 그 잔고에 다시 같은 이자율을 곱하면 그다음 해의 잔고가 나옵니다. 매번 "직전 값에 어떤 배율을 곱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거죠.
핵분열 연쇄반응도 정확히 이 구조를 따라갑니다. 다만 여기서 불어나는(또는 줄어드는) 건 돈이 아니라 중성자의 개수입니다.
연쇄반응을 '세대'로 쪼개어 보기
전에 중성자 하나가 우라늄-235에 흡수돼 핵분열을 일으키고, 평균 2.4개의 새 중성자가 튀어나와 다음 핵분열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흐름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들여다보면, "세대"라는 단위로 끊어볼 수 있습니다.
최초의 중성자 1개를 0세대라고 하면, 그 중성자가 일으킨 핵분열에서 나온 중성자들이 1세대, 그 1세대 중성자들이 일으킨 핵분열에서 나온 중성자들이 2세대가 되는 식입니다.
세대와 세대 사이의 '배율', 증식계수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한 세대의 중성자 수를 바로 이전 세대의 중성자 수로 나눈 값을 증식계수(k)라고 부릅니다.
k = 이번 세대 중성자 수 $÷$ 이전 세대 중성자 수
만약 이 k값이 매 세대 똑같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n세대가 지난 뒤의 중성자 수는 이렇게 표현됩니다.
N$_n$ = N$_0$ × k$^n$
낯익은 모양이지 않나요? 맞습니다. 은행 복리 이자에서 "원금 × (1+이자율)의 기간제곱"으로 잔고를 구하는 것과 수학적으로 완전히 같은 구조입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직전 값에 k를 곱하는 과정이 반복될 뿐이죠.


그런데 이 k값, 아무렇게나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이 k값은 우연히 정해지는 숫자가 아닙니다. 핵분열 1회당 평균 2.4개의 중성자가 나오지만, 이 중 일부는 노심 밖으로 새어나가거나 핵분열을 못 일으키는 다른 반응에 흡수되어 사라집니다. 결국 다음 세대의 핵분열로 실제로 이어지는 중성자 비율이 k를 결정하며, 이는 노심의 크기·모양·핵연료 배치 같은 물리적 설계에 따라 정해집니다.
원자로를 운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이 k값을 원하는 수준으로 맞추고 유지하는 작업입니다. 제어봉을 넣고 빼는 것도, 감속재나 냉각재의 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결국 전부 이 k값을 조절하는 손잡이들인 셈입니다. 이 k값에 따라 반응 상태를 부르는 이름들이 따로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덤으로 알아두면 좋은 것 — 세대는 시간 단위가 아닙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세대시간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간이 굉장히 짧습니다(수백 마이크로초 수준). 그래서 "세대"라는 말을 듣고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몇 초 사이에도 수천에서 수만 세대가 훌쩍 지나갈 수 있습니다. 세대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인과관계의 순서를 세는 단위에 가깝습니다.
자주 하는 오해 하나
"증식계수 k는 원자로마다 정해진 고정값이다" — 그렇지 않습니다. k는 제어봉 위치, 감속재·냉각재 상태, 핵연료가 얼마나 소모됐는지 등에 따라 실시간으로 바뀌는 값입니다. 원자로 운전은 이 k값을 계속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가는 과정입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 연쇄반응은 중성자가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흐름이며, 세대와 세대 사이의 배율을 증식계수 k라고 부른다
- k가 매 세대 일정하다면 n세대 뒤 중성자 수는 N₀×k$^n$이 되는데, 이는 복리 이자와 수학적으로 같은 구조다
- k는 우연이 아니라 노심의 물리적 설계(중성자가 새어나가거나 다른 반응에 흡수되는 비율)에 따라 정해지며, 원자로 운전은 이 k값을 맞추는 작업이다
- 세대시간은 수백 마이크로초 수준으로 매우 짧아, "세대"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인과관계의 순서를 세는 단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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