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던진 다트일수록 과녁이 커지는 신기한 게임

2026. 7. 7. 22:16원자력 이야기/002. 핵반응과 핵분열

다트 던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다트 과녁이 클수록 당연히 맞을 확률이 높아지죠. 그런데 만약 다트를 천천히 던질수록 과녁이 저절로 커지는 신기한 게임이 있다면 어떨까요? 빠르게 휙 던지면 과녁이 작아서 잘 안 맞고, 살살 천천히 던지면 과녁이 커져서 오히려 더 잘 맞는 겁니다.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원자핵과 중성자 사이에서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오늘 다룰 개념이 바로 이 "과녁의 크기"에 해당하는 단면적입니다.

단면적, 원자핵의 진짜 크기가 아닙니다

단면적(σ)은 중성자가 원자핵과 핵분열이나 포획 같은 반응을 일으킬 확률을, 마치 원자핵이 가진 "과녁의 넓이"처럼 표현한 값입니다. 단위로는 반(barn)을 쓰는데, 1반은 10⁻²⁴ 제곱센티미터라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작은 넓이입니다.

여기서 꼭 기억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단면적은 원자핵의 실제 물리적 크기가 아닙니다.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넓이 단위로 바꿔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단면적이 크다는 건 그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지, 원자핵이 실제로 크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트를 천천히 던질수록 과녁이 커집니다

여기서 오늘의 핵심이 나옵니다. 우라늄-235의 핵분열 단면적은 중성자의 에너지(속도)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집니다.

  • 느긋하게 움직이는 열중성자(전에 다룬 상온 열평형 에너지 수준) 앞에서는 핵분열 단면적이 약 584반으로 아주 큽니다.
  • 반면 핵분열 직후 튀어나온 빠른 고속중성자 앞에서는 핵분열 단면적이 약 1~2반 수준으로 훨씬 작습니다.

즉 같은 우라늄-235 원자핵인데도, 천천히 다가오는 중성자를 만났을 때가 빠르게 다가오는 중성자를 만났을 때보다 핵분열을 일으킬 확률이 수백 배나 높습니다. 마치 천천히 던진 다트 앞에서 과녁이 훨씬 커지는 것과 같은 그림이죠. 낮은 에너지일수록 단면적이 커지는 이런 경향은 여러 반응에서 폭넓게 나타나며, 흔히 "1/v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이 사실이 왜 중요할까요

이 에너지 의존성이 바로 원자로가 중성자를 감속재로 늦추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핵분열 직후 튀어나온 빠른 중성자를 그대로 두면 핵분열을 일으킬 확률이 낮지만, 감속재로 속도를 늦춰 열중성자로 만들면 핵분열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집니다. 감속의 자세한 원리는 다음에 다뤄보겠습니다.

또 한 가지, 이 단면적은 에너지에 따라 매끄럽게만 변하는 게 아니라 특정 에너지 구간에서 갑자기 확 치솟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건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자주 하는 오해 하나

"단면적은 원자핵의 실제 크기(지름)를 나타낸다" — 그렇지 않습니다. 단면적은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넓이 단위로 표현한 것이며, 같은 원자핵이라도 반응 종류와 중성자 에너지에 따라 값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자핵의 실제 기하학적 크기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 단면적(σ)은 중성자가 원자핵과 반응을 일으킬 확률을 넓이 단위(반, barn)로 표현한 값이며, 원자핵의 실제 크기가 아니다
  • 우라늄-235의 핵분열 단면적은 열중성자에서 약 584반, 고속중성자에서 약 1~2반으로, 에너지에 따라 수백 배 차이가 난다
  • 낮은 에너지(느린 중성자)일수록 단면적이 커지는 경향을 1/v 법칙이라고 부른다
  • 이 성질이 원자로가 중성자를 감속재로 늦추는 근본적인 이유이며, 특정 에너지에서 단면적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공명)은 다음에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