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이 보석 되듯, 우라늄-238도 그렇습니다

2026. 7. 8. 20:57원자력 이야기/002. 핵반응과 핵분열

다이아몬드 원석을 본 적 있으신가요

캐낸 그대로의 다이아몬드 원석은 사실 그리 반짝이지 않습니다. 투박하고 칙칙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돌멩이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원석을 정교하게 깎고 다듬으면(가공을 거치면), 눈부시게 빛나는 보석으로 탈바꿈합니다.

오늘 다룰 우라늄-238의 이야기가 정확히 이 원석과 보석의 관계를 닮았습니다.

천연 우라늄의 99.3%를 차지하는 이 물질

천연 우라늄을 캐내면, 그중 약 99.3%가 우라늄-238이고 나머지 약 0.7%만 우라늄-235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핵분열 이야기의 주인공은 거의 항상 우라늄-235였죠. 그렇다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그냥 쓸모없이 버려지는 물질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세 가지 이름표 — 핵분열성, 핵분열가능, 핵종전환성

원자력공학에서는 물질을 이렇게 구분합니다.

  • 핵분열성: 우라늄-235, 플루토늄-239처럼 열중성자(느린 중성자)로도 잘 핵분열하는 물질.
  • 핵분열가능: 우라늄-238처럼 열중성자로는 거의 핵분열하지 않지만, 일정 문턱 에너지(약 1.1 MeV) 이상의 고속중성자를 만나면 핵분열할 수 있는 물질.
  • 핵종전환성: 그 자체로는 핵분열을 잘 못 하지만, 중성자를 붙잡아(포획) 핵분열성 물질로 탈바꿈할 수 있는 물질.

우라늄-238은 이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이름표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고속중성자를 만나면 소량이나마 직접 핵분열도 하고(원자로 출력에 약간의 보너스를 더해줍니다), 동시에 미래의 핵연료가 될 잠재력도 품고 있습니다.

원석이 보석으로 바뀌는 순간

바로 그 잠재력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전에 다룬 공명흡수처럼, 우라늄-238은 중성자를 포획해 우라늄-239가 됩니다. 이 우라늄-239는 베타붕괴를 두 차례 거쳐 결국 플루토늄-239로 바뀌는데, 이 플루토늄-239는 우라늄-235 못지않게 열중성자로 잘 핵분열하는 어엿한 핵분열성 물질입니다. (정확한 변환 경로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즉 우라늄-238은 원자로 안에서 가만히 놀고 있는 찌꺼기가 아니라, 운전되는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핵분열성 연료로 전환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경수로에서는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플루토늄-239가 핵분열하며 내는 에너지가, 노심 수명 동안 전체 발전량의 상당한 몫(문헌에 따라 약 3분의 1 안팎까지도 언급됩니다)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주 하는 오해 두 가지

오해 1. "우라늄-238은 핵분열을 아예 못 한다" — 정확하지 않습니다. 문턱 에너지 이상의 고속중성자로는 핵분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열중성자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뿐입니다.

오해 2. "핵연료 속 우라늄-238은 그냥 불순물이다" — 아닙니다. 포획을 통해 플루토늄-239로 바뀌어, 운전 중 상당한 발전량에 기여하는 잠재적 연료입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 천연 우라늄의 약 99.3%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은 열중성자로는 핵분열이 거의 안 되지만, 고속중성자로는 소량 핵분열하는 "핵분열가능" 물질이다
  • 동시에 중성자를 포획해 핵분열성 물질(플루토늄-239)로 바뀔 수 있는 "핵종전환성" 물질이기도 하다
  •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플루토늄-239가 핵분열하는 에너지는 원자로 전체 발전량의 상당한 몫을 차지한다
  • 우라늄-238은 원석처럼 그 자체로는 반짝이지 않아도, 원자로 안에서 계속 보석(핵분열성 연료)으로 다듬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