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셋째 주, 전 세계 원전이 동시에 움직였다

2026. 6. 18. 05:29원자력 뉴스

"원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말은 몇 년 전부터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도 위에 점을 찍어보면 어떨까요? 2026년 6월 셋째 주, 단 한 주 사이에 북미·유럽·아시아에서 원전 관련 결정들이 쏟아졌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려운 동시다발적 움직임입니다. 이 주가 원전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인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짓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먼저

2026년 6월 15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조지아 주 Plant Hatch 원전 1·2호기에 각각 20년 추가 연장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두 기 모두 최대 80년 운전이 가능해졌습니다. 1975년과 1979년에 처음 문을 연 원전이 2054년과 2058년까지 가동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80년이라는 숫자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원전 설계 수명은 통상 40년입니다. 이를 두 차례 연장해 80년까지 운전하는 것을 '후속 운전허가(SLR, Subsequent License Renewal)'라고 합니다. NRC는 이번 심사를 12개월 이내에 완료했는데, 이는 트럼프 행정명령(EO 14300)이 정한 목표 기간을 충족한 두 번째 사례입니다. 첫 번째는 같은 해 4월 Duke Energy의 Robinson 원전이었습니다.

왜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원전을 연장할까요? 답은 시간과 돈입니다. Plant Hatch 1·2호기 합산 약 1,800MWe의 청정 전력은 조지아 주 수요의 약 30%를 충당합니다. 신규 원전을 이 규모로 짓는다면 최소 10~15년이 필요합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전력을 급격히 빨아들이는 지금, 10년은 너무 깁니다. 수명 연장이 '가장 빠른 청정 전력 솔루션'으로 부상하는 이유입니다.

캐나다도 비슷한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온타리오 주를 운영하는 OPG(Ontario Power Generation)는 6월 23일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 공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안건은 Pickering 원전 5~8호기의 개보수 및 운전허가 갱신입니다. CANDU형 원전 4기, 합산 약 2,060MWe를 2050년대까지 연장하는 심의입니다. OPG는 동시에 동일 부지에 BWRX-300 소형모듈원전(SMR) 신규 건설도 추진 중입니다. 기존 원전 연장과 신규 SMR 건설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입니다.

미국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NRC는 미시간 주 Palisades 부지에서 Holtec International이 신청한 SMR-300 2기(Pioneer-1·Pioneer-2, 각 340MWe)의 환경영향평가(EIS) 착수를 6월 16~17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Palisades는 2022년 폐쇄된 원전을 재가동하는 동시에 같은 부지에 신규 SMR을 추가 건설하는 복합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형태는 미국 내 사실상 유일한 사례입니다. DOE가 이미 2025년 12월 SMR-300에 4억 달러 지원을 결정한 데 이어, 환경심사 착수로 규제 절차가 본격 진입했습니다.

유럽: 45년 만의 선택, 그리고 SMR 패권 경쟁

스웨덴은 1980년 탈원전 국민투표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전 건설 파트너를 선정했습니다. 2026년 6월 15일, 스웨덴 핵에너지 개발사 Videberg Kraft는 4년간 75개 옵션을 검토한 끝에 Rolls-Royce SMR을 최종 선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Rolls-Royce SMR 3기(각 470MWe, 합계 1,500MWe)를 Ringhals 원전 인근 Värö 반도에 배치하며, 첫 호기 상업운전 목표는 2030년대 중반입니다.

같은 날 스웨덴 의회(Riksdag)는 환경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7월 15일부터 연안 지역 추가 원전 부지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정치와 산업이 동시에 움직인 것입니다.

이로써 Rolls-Royce SMR은 영국, 체코에 이어 유럽 3개국 모든 경쟁 입찰에서 수주한 유일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GE Vernova의 BWRX-300은 유럽에서 세 차례 연속 탈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계약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기술 표준화, 공급망 준비도, 규제 기관과의 관계 등에서 현 시점 유럽 SMR 시장의 실질적 선점자가 결정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교육 분야의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6월 16일 Lancaster 대학교는 200만 파운드(약 34억 원)를 투자해 핵시설 제어실 통합 시뮬레이터를 공식 가동했습니다. 영국 내 단일 시설에서 핵분열(PWR, SMR)과 핵융합(토카막) 제어실을 동시에 모의할 수 있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특히 사이버 공격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기능을 포함해 실제 운전 환경에 가까운 훈련을 제공합니다. 원전 르네상스의 가장 큰 병목 중 하나가 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시설은 단순한 대학 투자가 아닙니다.

 

아시아와 핵융합: 더 멀리, 더 깊이

인도는 같은 주에 조용하지만 묵직한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타밀나두 주 Kudankulam 원전 5호기에 원자로압력용기(RPV)가 설치됐습니다. 320톤짜리 용기를 러시아 Atommash 공장에서 제작해 인도까지 운반하고, 크레인으로 원자로 건물 안에 집어넣는 작업입니다. Kudankulam은 인도-러시아 1988년 협정에 기반한 장기 협력 프로젝트로, 6기 완공 시 총 6,000MWe에 달합니다. 인도는 2047년까지 100GWe 핵에너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핵융합 분야에서도 진전이 있었습니다. General Atomics는 DOE 및 Idaho National Laboratory(INL)와 공동으로 세계 최초의 실물 규모 핵융합 블랭킷 시험시설(BCTF) 설계를 착수했습니다. 핵융합 블랭킷은 토카막 내벽을 감싸는 리튬 기반 시스템으로, 중성자를 흡수해 열에너지로 변환하고 동시에 핵융합 연료인 트리튬을 자체 생산하는 핵심 부품입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어디에도 실물 규모 블랭킷을 통합 시험한 사례가 없습니다. 이것이 핵융합 상용화의 가장 큰 미해결 과제로 꼽혀온 이유입니다.

연료 공급망에서도 소식이 있었습니다. Natura Resources는 차세대 용융염 원자로(MSR)용 고농축 저농축 우라늄(HALEU)을 Quadrant Nuclear Industries(QNI)로부터 공급받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HALEU란 우라늄 농축도가 5~ 20% 수준인 연료로, 기존 경수로 연료(약 3~5%)보다 농축도가 높아 차세대 원자로에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 내 HALEU 생산 인가를 보유한 기업이 극소수인 상황에서, 공급망 다양화는 첨단 원자로 개발 전체의 속도에 직결됩니다.

같은 주에 왜 이렇게 많이 쏟아졌나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회귀(리쇼어링)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충당할 청정 전력원으로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둘째, 각국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재정의하면서 원전을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2022년 이후 심화된 에너지 위기가 정치적 반대론을 약화시켰습니다. 스웨덴의 45년 만의 전환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2026년 6월 셋째 주는 진짜 전환점일까요? '전환점'이라는 말은 대개 지나고 나서야 붙여집니다. 다만 지금 분명한 것은 이렇습니다. 80년 수명 원전이 미국에서 승인되고, 45년 만에 스웨덴이 신규 원전 파트너를 선정하고, 인도가 6,000MWe 원전군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고, 핵융합 상용화의 핵심 병목 해소를 위한 시설 설계가 시작된 한 주입니다. 이 움직임들이 이후 몇 년 동안 어떤 속도로 현실화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지금 원전에 관심을 갖는 가장 실질적인 이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