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 건 폭죽인데, 힘은 빛이 아니라 파편에 있었다

2026. 7. 7. 20:54원자력 이야기/002. 핵반응과 핵분열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본 적 있으신가요

불꽃놀이 폭죽이 터지는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화약이 불안정해지면서 "펑" 하고 터지는데, 이때 조각들이 정확히 똑같은 크기로 깔끔하게 두 쪽만 나는 게 아니죠. 크고 작은 파편들이 제각각 다른 크기로 사방으로 튀어 나갑니다. 그리고 사실 그 터짐의 에너지 대부분은 우리 눈에 보이는 빛(섬광)보다, 조각들이 무서운 속도로 튕겨 나가는 힘에 훨씬 많이 실려 있습니다.

우라늄-235가 실제로 쪼개질 때 벌어지는 일도 이 그림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쪼개지기 직전, 아주 짧은 순간의 "출렁임"

우라늄-235 원자핵이 중성자 하나를 흡수하면, 곧바로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게 아닙니다. 아주 잠깐, 우라늄-236이라는 이름의 "들뜬 상태" 원자핵이 먼저 만들어집니다. 이 원자핵은 마치 출렁이는 물방울처럼 극도로 불안정하게 진동하다가, 1000조분의 1초(10⁻¹⁴초)라는 상상하기 힘든 짧은 시간 안에 결국 두 개의 조각으로 쪼개집니다.

이 순간 딱 두 조각만 튀어나오는 게 아닙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중성자가 평균 2~3개 함께 튀어나오고, 감마선도 즉시 함께 방출됩니다.

조각은 "반반"이 아니라 "짝짝이"로 나옵니다

전에 핵분열이 처음 발견된 과정을 다루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거의 같은 크기의 두 조각"이라고 단순화해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두 조각의 크기가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는 경우보다, 크기가 서로 다르게(짝짝이로) 나뉘는 경우가 훨씬 흔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한쪽 조각은 상대적으로 작은 무리(질량수 90~ 100 부근)에, 다른 쪽 조각은 상대적으로 큰 무리(질량수 135~145 부근)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게다가 나오는 조각의 정확한 조합도 매번 다릅니다. 크립톤과 바륨 계열이 나올 때도 있고, 스트론튬과 제논 계열이 나올 때도 있죠. 지금까지 관찰된 핵분열 생성물의 종류만 해도 원소 기준 30가지가 넘습니다.

즉 "우라늄-235는 항상 바륨과 크립톤으로만 쪼개진다"는 건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실제로는 매번 다른 조합의 파편이 나오는, 확률적인 과정에 가깝습니다.

200 메가전자볼트, 어디로 나뉘어 갈까요

이전에 우라늄-235 핵분열 1회가 약 200 MeV의 에너지를 낸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이 에너지가 어떤 형태로, 어디에 나뉘어 실리는지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배분은 이렇습니다.

  • 두 핵분열 파편의 운동에너지: 약 165~170 MeV (전체의 80% 이상)
  • 함께 튀어나온 중성자의 운동에너지: 약 5 MeV
  • 즉시 나오는 감마선: 약 7 MeV
  • 파편이 나중에 방사성 붕괴하며 내는 베타입자: 약 5~7 MeV
  • 그 붕괴에 따라 시차를 두고 나오는 감마선: 약 6~7 MeV
  • 반중성미자: 약 10 MeV (이 몫은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고 그냥 빠져나가, 열로 회수되지 않습니다)

열의 진짜 정체는 "빛"이 아니라 "부딪힘"입니다

이 배분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핵분열 에너지 하면 감마선 같은 방사선의 형태로 뿜어져 나오는 걸 떠올리시는데, 실제로는 전체 에너지의 80% 이상이 두 파편이 서로를 밀어내며 튕겨 나가는 순수한 운동에너지입니다.

두 파편은 둘 다 양전하를 띠고 있어서, 갈라지자마자 서로를 세게 밀어냅니다(익숙하시죠, 전기적 반발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간 파편들이 주변의 다른 원자들과 계속 부딪히면서 속도를 잃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운동에너지가 주변 물질의 열로 바뀝니다. 즉 원자로 안에서 물을 실제로 데우는 열의 정체는 감마선이나 중성자가 아니라, 대부분 이 핵분열 파편이 멈춰 서는 그 순간의 "부딪힘"인 셈입니다.

자주 하는 오해 두 가지

오해 1. "우라늄-235는 항상 정해진 두 조각으로만 쪼개진다" — 아닙니다. 매번 크기와 조합이 달라지는, 확률적인 과정입니다. 다만 통계적으로 짝짝이(비대칭) 분열이 두드러지는 경향은 있습니다.

오해 2. "핵분열 에너지는 대부분 방사선 형태로 방출된다" — 아닙니다. 에너지의 대부분(80% 이상)은 파편의 운동에너지이고, 감마선·중성자·베타입자 등은 상대적으로 작은 몫을 차지합니다.

참고로 갓 태어난 이 파편들은 대체로 그 자체로 불안정한(방사성) 핵종입니다. 왜 하필 불안정한 상태로 태어나는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 다음 편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오늘의 한 줄 정리

  • 우라늄-235가 중성자를 흡수하면 잠깐 우라늄-236(들뜬 화합핵)이 됐다가, 약 10⁻¹⁴초 만에 두 조각으로 쪼개진다
  • 두 조각은 정확히 반반이 아니라 크기가 다르게(비대칭적으로) 갈라지는 경우가 더 흔하고, 조합도 매번 달라진다
  • 핵분열 1회당 약 200 MeV 중 80% 이상(약 165~170 MeV)은 두 파편의 운동에너지이며, 감마선·중성자·베타입자·반중성미자는 나머지를 나눠 갖는다
  • 원자로에서 물을 데우는 열의 실체는 감마선이 아니라, 대부분 핵분열 파편이 주변 물질과 부딪히며 잃는 운동에너지다
  • 갓 생성된 핵분열 파편은 대체로 그 자체로 방사성을 띤다(이유는 다음 편에서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