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미국 의회가 직접 법안을 꺼내든 이유

2026. 5. 20. 00:13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보급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탄소를 내뿜지 않으면서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선택지가 원전 외에는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새 원전을 짓자"는 논의가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이 비용 문제는 기술의 한계가 아닙니다. 미국 의회가 2026년 5월, 원전 건설비를 직접 겨냥한 두 건의 법안을 동시에 발의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비용을 키우는 구조적 원인이 분명히 있고, 그것을 법으로 고치겠다는 의지가 나온 것입니다.


콘크리트 한 포대에도 '핵급' 검사를 받는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원전에서 방사선이 직접 관련된 구역, 예를 들어 원자로 격납건물이나 냉각계통 구조물은 극히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받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방사선과 전혀 무관한 구역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부지 안의 창고, 관리동, 울타리 기초 같은 비안전급(Non-Safety-Related) 구조물에도 NRC(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가 사실상 핵급(nuclear-grade) 재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핵급' 재료란 제조부터 운반·설치까지 모든 과정을 원전 전용 품질보증 체계 아래 문서화해야 하는 것으로, 같은 콘크리트·철강이라도 상용 등급(commercial-grade)과 비교해 비용이 몇 배에서 수십 배까지 차이 납니다.

미국 의회에 발의된 「Build Nuclear with Local Materials Act」는 이 지점을 직접 겨냥합니다. 법안은 NRC가 원전 구내 방사선 비노출 구역의 비안전급 구조물에 한해 상용 등급 콘크리트·철강 사용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상·하원에 동시 발의됐고, 여야 초당적 지지를 받았습니다. 산업계에서는 이 문제로 원전 건설 비용이 수십억 달러 가중된다고 지적해 왔는데, 이를 직접 겨냥한 전용 법안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세액공제가 있는데 왜 투자자들은 망설이나요?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라 신규 원전 건설에 최대 30~50%의 세액공제를 제공합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상당한 지원입니다. 그런데 이 공제를 실제로 받으려면 원전이 완공되어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해야 하고, 그 이후에도 최장 40년 운전 수명 전반에 걸쳐 분산 인식됩니다.

원전 한 기를 짓는 데는 짧게는 7년, 길게는 15년 이상이 걸립니다. 공사 기간 내내 수조 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데, 세액공제 혜택은 수십 년 뒤에야 현금 흐름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투자 회수율(ROI)이 너무 먼 미래에 집중되기 때문에, 민간 유틸리티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렵습니다.

「Nuclear Rate Stabilization Act」는 이 구조를 바꾸려는 법안입니다. Harrigan·Panetta 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세액공제를 더 이른 시점에 반영·지급받을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하는 내용입니다. Harrigan 의원은 발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낡은 회계 규정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옥죄고 있다."

 

세액공제가 조기에 현금화되면, 유틸리티 기업의 투자 회수 일정이 앞당겨집니다. 그만큼 신규 원전 발주 결정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 실제로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두 법안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원자력 행정명령(EO 14300)과 ADVANCE Act 이행의 연장선에 있는 입법 패키지로 설계되었습니다. 즉, 행정부와 의회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통과된다면, 효과는 두 방향에서 나타납니다. 하나는 직접적인 건설 비용 절감입니다. 비안전급 구조물에 상용 자재를 쓸 수 있게 되면, 신규 소형모듈원자로(SMR)든 대형로든 공사비 일부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투자 환경 개선입니다. 세액공제 조기화로 유틸리티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고, 민간 투자 결정이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심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NRC의 규제 권한을 의회가 직접 제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원 에너지위원회와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 심의에서 NRC 독립성을 옹호하는 그룹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규제가 비용을 만든다, 그 구조를 바꾸는 일

원전이 비싼 이유를 "기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면 절반밖에 맞지 않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수십 년 동안 쌓인 규제 관행과 회계 구조에 있습니다. 안전과 무관한 건물에도 핵급 자재를 요구하고, 공제 혜택은 완공 후 수십 년에 걸쳐 돌려주는 시스템은 원전을 짓기로 결심한 사람들조차 지치게 만듭니다.

이번 두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원전 건설비가 하루아침에 반 토막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의회가 비용 구조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메스를 댄다는 사실 자체는, 원자력 르네상스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다음에는 이 비용 문제가 한국의 원전 수출 전략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