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0. 00:03ㆍ원자력 뉴스
핵융합은 늘 "30년 후의 기술"이라는 농담과 함께 소개됩니다. 그 농담이 수십 년째 반복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핵융합 연구는 실제로 오래 걸리고, 장치 하나를 완성하고 운전하는 일은 국가 간 협력과 수천억 원의 자금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6년 5월에 나온 이 소식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일본 나카시에 있는 JT-60SA가 2년에 걸친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통합 커미셔닝(integrated commissioning) 단계에 공식 진입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운전 중 토카막이 다시 작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 소식이 핵융합 상용화 논의에 어떤 맥락을 더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JT-60SA는 어떤 장치이고, 왜 멈췄었나
토카막(tokamak)은 도넛 형태의 자기장 용기 안에서 플라즈마를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입니다. JT-60SA는 EU와 일본이 '브로더 어프로치(Broader Approach)' 협정을 통해 공동 건설한 장치로, EU 측은 Fusion for Energy(F4E), 일본 측은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QST)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이 장치는 2023년 10월 첫 플라즈마를 달성하며 세계 최대 운전 토카막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첫 플라즈마를 달성한 직후 곧바로 운전을 중단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된 수순이었습니다. 1차 벽(first wall, 플라즈마와 직접 접하는 내벽), 다이버터(divertor, 플라즈마에서 나오는 불순물과 열을 배출하는 장치), 추가 가열 시스템 등 핵심 부품을 보강한 뒤 본격 실험을 시작하는 절차가 처음부터 설계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 2년간의 작업이 이제 마무리되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나 — 업그레이드 내용
이번 업그레이드는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니라 장치의 물리적 성능 자체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탄소계 아머(armor)로 교체한 신형 1차 벽과 다이버터가 설치되었고, 진공 용기 내부에 직경 8미터짜리 링 형태의 인베셀 코일(in-vessel coil) 2기가 추가되었습니다. 인베셀 코일은 플라즈마의 위치를 고속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코일을 진공 용기 바깥이 아닌 안쪽에 배치하면 플라즈마에 더 가깝게 자기장을 인가할 수 있어 제어 정밀도가 높아집니다. 유럽에서 제작한 전원 공급장치와 연결되었습니다.
중성빔 탱크(Neutral Beam, 고에너지 중성 입자를 플라즈마에 주입해 가열하는 장치) 8기도 설치되었습니다. 톰슨 산란(Thomson scattering) 진단 시스템, VUV 분광기 등 유럽산 진단 장비와 크라이오펌프(cryopump, 극저온으로 기체를 흡착하는 초고진공 펌프)도 추가되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 리더 헤로니모 가르시아(Jerónimo García)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유럽산 진단·크라이오펌프·추가 가열 시스템이 더 뜨겁고 강력한 플라즈마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커미셔닝 순서는 상온·비진공 조건에서 인베셀 코일을 시험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진공 펌핑, 초전도 자석 냉각 및 여자(자기장 인가), 최종적으로 플라즈마 시험으로 이어집니다. 본격적인 플라즈마 실험은 2026년 말부터 약 6개월간 예정되어 있습니다.
유럽, 일본, ITER 기구의 과학자들이 제출한 150여 건의 연구 제안서가 현재 심사 중이며, 실험은 고전류·장펄스·정상 상태 플라즈마 시나리오에 집중될 예정입니다.
ITER와의 관계 — 왜 JT-60SA 데이터가 필요한가
JT-60SA의 핵심 임무는 독립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ITER(국제핵융합실험로)가 2033년 첫 플라즈마를 달성하기 전에, ITER가 사용할 플라즈마 운전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하는 것이 JT-60SA의 설계 목적입니다.
ITER는 현재 프랑스 카다라슈에서 건설 중인 장치로, 핵융합 에너지 순생산(Q>1, 투입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상태)을 목표로 하는 첫 번째 국제 실험로입니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만큼, 어떤 플라즈마 조건에서 어떻게 가동해야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물리·기술 데이터가 사전에 확보되어야 합니다. JT-60SA는 그 데이터를 실제 실험으로 생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고전류·장펄스·정상 상태 플라즈마를 다루는 실험들이 ITER 운전 시나리오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JT-60SA가 잘 작동할수록, ITER의 시행착오가 줄어들고 2033년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JT-60SA의 연구 성과는 민간 핵융합 기업들의 기술 검증에도 참고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Commonwealth Fusion Systems(CFS), TAE Technologies, Helion Energy 등 민간 기업들이 서로 다른 접근법으로 핵융합 상용화를 추진 중인데, 이들이 자체 데이터를 쌓기 전까지는 공개된 실험 데이터가 기술 검증의 기준점이 됩니다.
한국의 위치 — KSTAR와 ITER 기여
이 맥락에서 한국의 위치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국가핵융합연구소(NFRI)가 운영하는 KSTAR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온 초전도 자석을 적용한 토카막입니다. 초전도 자석은 강한 자기장을 낮은 에너지 손실로 유지할 수 있어, 핵융합 장치의 효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입니다. JT-60SA가 고전류·장펄스 실험에 집중하는 동안, KSTAR는 초전도 자석 기반의 고성능 플라즈마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어 두 장치는 경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ITER의 핵심 부품 제작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초전도 코일과 진공 용기 섹터 등 고난도 부품을 납품했으며, 이는 JT-60SA 재가동을 계기로 한-EU-일 3자 핵융합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마무리 — "30년 후"가 조금씩 짧아지는 이유
핵융합이 "항상 30년 후"라는 농담이 오래 지속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JT-60SA가 실험 데이터를 생산하고, ITER가 건설을 이어가고, 민간 기업들이 독자 접근법을 실증하는 흐름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JT-60SA의 2026년 말 플라즈마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내느냐는, ITER의 2033년 목표가 얼마나 현실적인 숫자인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핵융합 타임라인 전체의 신뢰도와도 연결됩니다.
민간 핵융합 기업들이 앞다투어 2030년대 상용화를 공언하는 지금, 공공 연구 인프라가 생산하는 기초 데이터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더 깊이 살펴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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