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명 중 15명 — 일본이 미국 원전 현장에 학생을 보낸 이유

2026. 5. 29. 03:11원자력 뉴스

원전을 세우거나 재가동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설비, 자금, 규제 승인. 이 세 가지가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데 일본은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이후, 그 어떤 것보다 먼저 사람을 걱정했습니다. 수년간 멈춰 있는 사이, 운전 경험이 단절되고 안전문화가 약해진 것입니다. 2015년에 시작된 Super Engineer Project는 그 걱정에서 나온 프로그램입니다.

원전은 남아 있는데 사람이 없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전 일본은 54기의 원전을 가동하던 나라였습니다. 사고 이후 모든 원전이 멈췄습니다. 설비는 그대로였지만, 사람이 달라졌습니다. 장기 정지 상태에서 운전 경험이 단절된 엔지니어들, 방사선방호 실무 감각을 잃은 기술자들, 규제기관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모르는 젊은 세대.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기준만 충족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를 대학 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방사선방호, 중대사고 대응, ALARA(피폭을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준으로 저감하는 원칙) 관리, NRC 방식의 규제 대응 — 이 역량들은 강의실이 아니라 실제 운전 중인 원전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미국 원전 현장 파견이었습니다.

상위 1.3%, 슈퍼 엔지니어로 선발되다

Super Engineer Project는 일본 METI(경제산업성)와 홋카이도대학의 후원 아래, 미국 일리노이대(UIUC)의 NATC/NPRE 원자력공학 프로그램, ISOE(국제방사선업무종사자 피폭정보 시스템) 미국 지부, 미국 원전 현장이 참여한 국제 현장교육 모델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UIUC의 David W. Miller가, 일본 측에서는 홋카이도대학의 Tadashi Narabayashi 교수(Toshiba에서 27년간 원자로 전문가로 근무한 후 대학으로 온 인물)가 핵심 역할을 맡았습니다.

선발 방식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말해 줍니다. 약 350명의 지원자 중 매년 5명, 즉 상위 약 1.3% 수준의 학생만 선발했습니다. "슈퍼 엔지니어"라는 이름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단순한 우수 학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본 원자력 산업의 핵심 인재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골랐습니다. 2015~2017년 3년간 METI 후원 프로그램에서 총 15명이 집중 교육을 받았습니다.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배우는 것들

선발된 학생들이 경험한 것은 단순한 연수 방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원전에 직접 들어가 방사선방호 관리자, ALARA 담당자와 함께 일하면서 정비와 검사 중 피폭을 어떻게 줄이는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NRC(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검사관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규제 기관이 어떤 눈으로 원전을 보는지, 어떤 것을 중요하게 판단하는지를 직접 접했습니다. ISOE ALARA 심포지엄에 참석해 국제 방사선방호 전문가 네트워크와 연결됐습니다. UIUC에서는 방사선공학, 원자력공학, 중대사고 예방 관련 강의를 들으며 이론도 보완했습니다.

교육 분야는 계측제어, filtered containment venting(수소 폭발 방지를 위한 격납건물 배기 장치), 재난 대응 로봇, 방사성물질 운반, 종사자 피폭 저감, 원자력 기술윤리까지 넓었습니다. 특정 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원자력 안전을 중심으로 다분야를 연결할 수 있는 실무형 시스템 엔지니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슈퍼 엔지니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프로그램 졸업생들의 행로가 이 교육의 효과를 보여줍니다. 일부는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인근의 BWR(비등수형 원자로) 운전원 훈련 센터에서 운전원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대사고 회피 역량을 갖춘 운전원을 양성하는 교육자가 된 것입니다. 또 일부는 JAEA(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 고온공학시험로, GE Vernova-Hitachi의 BWRX-300 같은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이후 Nuclear Power Dojo로 이어졌습니다. Narabayashi 교수가 Tokyo Tech와 MEXT 기반으로 유사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한 결과, 현재 일본 전역과 동남아시아 학생, 미국·유럽 대학, IAEA가 참여하는 형태로 성장했습니다. METI·MEXT 프로그램을 합산하면 900명 이상이 훈련을 받았습니다.

안전문화는 가르칠 수 있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강의실에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로 운전 중인 원전 현장에서, 규제기관과 현장 전문가의 곁에서, 직접 몸으로 익혀야 비로소 체득됩니다. Super Engineer Project는 그 방법을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