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6. 03:50ㆍ원자력 뉴스
ChatGPT나 Claude에게 질문 하나를 던질 때, 그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단순한 검색보다 수십 배, 경우에 따라 수백 배 많은 전기가 소모됩니다.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엄청난 양의 전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전력 갈증이, 수십 년 가까이 논란의 대상이었던 원자력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내고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일까요? 아니면 기술 문명이 선택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2026년 6월 24~25일 이틀 사이에 터진 뉴스들이 그 답을 조금씩 보여줍니다.

왜 AI는 이렇게 전기를 많이 쓸까요?
AI 모델, 특히 대형 언어 모델(LLM)은 추론 한 번에도 수천~ 수만 개의 연산 유닛이 동시에 작동합니다. 이 연산 유닛들이 모여 있는 곳이 GPU 서버 클러스터이고, 이 클러스터를 수백~수천 대 모아 놓은 것이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들이 24시간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AI 서비스 수요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늘어날 예정이고, 이 전력을 어디서 끌어올지가 테크 기업들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약 400GW 신규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울 정도로 전력 수요 전망이 거대합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적으로 발전합니다.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멈추면 발전량이 뚝 떨어집니다. 반면 데이터센터는 단 1초도 전원이 꺼지면 안 됩니다. 24시간 안정적으로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 그 조건에 맞는 선택지 중 하나가 원자력입니다.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24일, 인도의 대형 재벌 그룹 아다니(Adani)가 자회사 'Adani Atomic Energy'의 출범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발표가 3GW(기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 플랫폼 발표와 동시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입니다. AI 사업과 원자력 발전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것입니다. 아다니는 2035년까지 10GW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선언했습니다.
같은 날 캐나다의 원자력 엔지니어링 기업 AtkinsRéalis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자사의 EC6 원자로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EC6는 730MW급 가압중수로(CANDU 방식)로, 일반 경수로와 달리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고, 원자로를 멈추지 않고도 연료를 교체(온라인 리퓨얼링)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이 필요 없어 공급망 독립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AtkinsRéalis가 이 원자로의 1차 타깃 시장으로 명시한 것도 역시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미국 정부도 방향을 분명히 했습니다. DOE(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직접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를 방문하여 AP1000 원자로 공급망 지원을 위한 175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현재 원전 용량을 4배, 약 400GW를 신규로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새로운 얼굴 — 원자력 배터리
대형 원전만이 AI 시대의 대안은 아닙니다. 전혀 다른 스케일의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스타트업 Zeno Power는 방사성동위원소 전지(RPS, Radioisotope Power System), 흔히 '원자력배터리'라고 불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스트론튬-90(Sr-90)을 연료로 사용하는 이 장치는 핵분열 반응이 아니라,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전기로 변환합니다. 부피가 작고 수십 년간 교체 없이 작동하며, 외부 전원이 없는 극지·심해·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Zeno Power는 이미 미국 국방부(DoD)와 NASA로부터 합계 6,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확보했으며, 이 기술이 원격지 AI 데이터센터나 엣지 컴퓨팅 인프라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기 어려운 지역에서 소규모 안정 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흐름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AI와 원자력의 결합은 단순한 에너지 선택 문제가 아닙니다. 인도의 아다니 그룹이 데이터센터와 원자력을 동시에 선언했을 때, 그것은 "AI를 하려면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하나의 공식을 산업계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유효한 감정입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남긴 기억은 가볍게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세계는 탄소를 내뿜지 않으면서도 24시간 꺼지지 않는 전력원을 절박하게 찾고 있습니다. 그 필요가 원자력 기술을 다시 설계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있으며, EC6나 AP1000 같은 새로운 세대의 원자로들은 과거 설계와 다른 안전 철학 위에 서 있습니다.
ChatGPT에게 질문을 던질 때, 그 답변 뒤에 어떤 에너지가 흐르는지 — 이 질문을 한 번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원자력이라는 주제가 조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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