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6. 23:54ㆍ원자력 뉴스
원전이 안전한지를 묻는 사람들 대부분은 방사선 사고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규제 당국이 지금 씨름하는 질문은 조금 다릅니다. "원전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어떻게 지킬 것인가?" — 즉, 보안(Security)의 문제입니다. 2026년 6월 23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원전 물리보안 규정의 전면 개편 제안을 공표했습니다. 1990년대에 설계된 틀을 30년 만에 뜯어고치는 이번 작업은, 신형 소형원전(SMR) 산업에는 기회의 문으로, 시민사회 일부에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NRC가 손댄 것은 무엇인가
NRC의 제안 규칙(No. 26-068)은 네 가지 영역을 한꺼번에 건드립니다. 물리보안(Physical Security), 핵물질 접근 권한(Access Authorization), 사이버보안(Cybersecurity), 그리고 Fitness-for-Duty(FFD) — 직원의 약물·알코올 상태를 포함한 근무 적합성 프로그램입니다.
핵심 방향은 "처방적(prescriptive) 규제에서 성능 기반·위험 정보 기반(risk-informed) 규제로의 전환"입니다. 처방적 규제란 "무장 경비원 몇 명, 담장 높이 몇 미터"처럼 구체적인 수치와 방법을 법령으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성능 기반 접근법은 반대로 "이 수준의 침입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방법은 사업자가 설계 특성에 맞게 선택하게 합니다.
NRC의 Ho K. Nieh 위원장은 "이번 규칙은 과거의 위협과 기술에 기반한 규제를 현대 위험 실태에 맞게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편은 2025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EO 14300 "원자력규제위원회 개혁"에 따른 규정 전면 재검토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SMR 개발사에게 이것이 왜 중요한가
기존 보안 규정은 대형 가압경수로를 기준으로 설계되었습니다. 부지 면적이 넓고, 직원 수가 많고, 운영 기간이 60년에 달하는 대형원전의 물리보안 요건을 그대로 SMR에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원자로 출력이 수십 분의 일 수준인데, 보안 인력과 설비 비용은 비례해서 줄지 않습니다.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구조입니다.
성능 기반 접근법이 채택되면, Kairos Power·Oklo·Holtec 같은 SMR·비경수로 개발사는 자신의 설계에 맞는 유연한 보안 체계를 수립할 수 있게 됩니다. 무장 대응 부대(armed response force) 요건도 재조정됩니다 — 상주 무장 경비 대신 지역 법집행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활용하는 방식이 허용될 수 있습니다. 약물·알코올 검사를 제3자 컨소시엄에 위탁하는 것도 이번 제안에 포함됩니다.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 행정 부담을 줄이는 조치입니다.
요컨대 이번 개편은 규정의 완화가 아니라, 규정의 현대화를 통한 SMR 상업화 가속이라는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시민사회는 왜 반발하는가
같은 변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과학자단체연합(UCS,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은 이번 규칙이 원전의 테러 취약성을 높인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핵심 우려는 무장 대응 부대 요건 완화입니다. 지역 경찰이 전문 훈련된 원전 보안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가, 응답 시간과 대응 역량이 실질적으로 동등한가 — 이 질문에 UCS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에 구조적인 우려도 겹칩니다. NRC의 핵안보사고대응실(Office of Nuclear Security and Incident Response)이 이 시기에 폐지되면서, 보안 감시 역량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규정을 유연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이행을 감시하는 조직을 축소하는 것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힘입니다.
한편, HALEU(고농축 저농축 우라늄) 연료 — 차세대 고성능 원자로에 쓰이는 연료로, 기존 원전 연료보다 농축도가 높습니다 — 에 대한 보안 요건은 오히려 강화됩니다. Centrus나 Orano 같은 농축 시설 운영사에는 추가 보안 투자 부담이 생깁니다. 이 점은 "모든 것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위험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접근법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남은 절차와 쟁점
제안 규칙은 연방관보(Federal Register) 게재 후 30일간 공개 의견 수렴 기간에 들어갑니다. EO 14300의 일정에 따라 2026년 11월까지 최종 확정이 요구됩니다.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수십 년간 쌓인 규정을 손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개 의견 수렴은 형식적 절차가 아닙니다. 미국에서 이 과정은 시민단체, 산업계, 학계, 지역사회 모두가 공식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창구입니다. UCS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것이고, 그 무게가 최종 규칙의 모양을 일부 바꿀 수도 있습니다.
성능 기반 보안이 SMR 시대에 맞는 방향이라는 데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습니다. 논쟁은 그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강한 감시 체계와 함께 이루어지는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규제 완화와 안전 확보가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설계하느냐의 문제라는 점 — 그것이 이번 규칙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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