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이 플루토늄이 되는 원리: 핵변환과 증식의 수학

2026. 4. 20. 12:08원자력 뉴스

원자로는 연료를 소모하는 장치입니다. 그런데 연료를 태우면서 동시에 새로운 연료가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심지어 소모한 것보다 더 많은 연료가 생기는 일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면요. "핵분열로 에너지를 내면서 동시에 연료를 늘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의 수학적 실체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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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분열이란 무엇인가

원자력발전의 에너지원은 핵분열(Nuclear Fission)입니다. 우라늄-235(U-235) 원자핵에 중성자 1개가 충돌하면 핵이 두 개의 더 작은 원자핵으로 쪼개지면서 막대한 에너지와 함께 중성자 2~3개가 방출됩니다. 이 중성자들이 이웃한 U-235에 충돌해 또 다른 핵분열을 일으키고, 이 과정이 자립적으로 계속되는 것이 연쇄반응(Chain Reaction)입니다.

핵분열 하나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석탄 분자 하나가 연소할 때보다 수백만 배 큽니다. 같은 무게의 연료로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이 원자력발전의 근본적 장점입니다.

문제는 천연 우라늄의 구성에 있습니다. 천연 우라늄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U-235는 전체의 0.7%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3%는 우라늄-238(U-238)로, 일반적인 원자로 조건에서는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상업용 원자로에 쓰려면 U-235 비율을 3~5%까지 높이는 농축(Enrichment) 과정이 필요합니다.

연쇄반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성자가 다음 U-235를 효율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원자로는 감속재(Moderator)—물(경수) 또는 중수—를 사용해 중성자 속도를 낮춥니다. 느린 중성자(열중성자, Thermal Neutron)는 U-235와 충돌해 핵분열을 일으킬 확률이 빠른 중성자보다 훨씬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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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를 태우면서 연료가 생긴다 — 핵변환과 핵증식

연료를 태우는 동안, 원자로 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과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우라늄에서 플루토늄이 만들어지는 과정

U-235가 핵분열하면서 나온 중성자 중 일부는 이웃한 U-238에 흡수됩니다. U-238은 핵분열하지 않지만, 중성자를 흡수하면 다음 반응 경로를 따라 변환됩니다.

 

이렇게 생성된 플루토늄-239(Pu-239)는 U-235처럼 핵분열이 가능한 연료입니다. 일반적인 경수로에서 전체 핵분열 에너지의 약 35%가 이렇게 생성된 Pu-239에서 나옵니다. 처음부터 장전한 U-235 연료만 태우는 것이 아니라, 운전 중에 만들어진 플루토늄이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토륨도 같은 원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토륨-232(Th-232)에 중성자를 흡수시키면 우라늄-233(U-233)으로 변환되고, U-233 역시 핵분열 연료입니다. 토륨은 지구상에 우라늄보다 훨씬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 장기적 에너지 자립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증식이 가능하려면: η값의 조건

단순히 연료가 부산물로 생기는 것과, 소모한 것보다 더 많은 연료를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후자가 핵증식(Breeding)입니다.

증식이 가능하려면 핵분열 1회에서 나오는 중성자가 충분히 많아야 합니다. 중성자 1개는 연쇄반응 유지에 써야 하고, 나머지 중성자가 U-238이나 Th-232를 새로운 연료로 변환해야 합니다. 즉, 핵분열당 방출되는 중성자 수를 나타내는 η(에타)값이 2 이상이어야 합니다.

핵종                     열중성자에서 η값                    증식 가능 여부(열중성자)
U-233                    2.29               △ 이론적 가능
U-235                    2.07                      ✗ 손실 감안 시 불가
Pu-239                     2.14                       ✗ 손실 감안 시 불가

 

U-235의 η값은 2.07로 2보다는 크지만, 실제 원자로에서는 구조물 흡수·누설 등으로 중성자가 손실됩니다. 이 손실을 감안하면 열중성자 환경에서 U-235나 Pu-239로 증식을 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고속 중성자가 해법인 이유

중성자 에너지가 100 keV 이상의 고속 영역에서는 η값이 크게 올라갑니다. Pu-239는 열중성자에서 2.14에 불과하지만, 고속 중성자 영역에서는 잉여 중성자가 현저히 늘어납니다. 증식에 쓸 수 있는 '여분의 중성자'가 충분히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이 고속증식로(Fast Breeder Reactor)가 감속재(물)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중성자를 빠른 상태로 유지해 η값을 높게 만들고, Pu-239를 연료로 태우면서 동시에 U-238을 더 많은 플루토늄으로 증식시킵니다. 냉각재로는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사용합니다. 나트륨은 중성자를 거의 감속시키지 않으면서도 열을 효율적으로 전달합니다.

결과적으로 고속증식로는 같은 양의 천연 우라늄에서 기존 원자로 대비 60~100배의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채굴된 우라늄 전량을 고속증식로에 투입하면 수천 년치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