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허가를 7개월로 줄인다고? — 미국 NRC의 새로운 전략

2026. 5. 8. 00:14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싶다면 인허가부터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허가를 받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미국에서 대형 원자력 발전소 하나를 짓는 데 필요한 인허가 과정은 통상 5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원자력이 기후 문제의 해답"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의구심이 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가능하긴 한 건가요? 인허가만 받다가 세월 다 가겠는데."

그 의문은 맞습니다. 그리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도 그 문제를 모르지 않습니다. 2025년 6월, NRC는 "7개월 안에 원자로 허가를 낼 수 있다"는 내용의 정책 문서를 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SECY-25-0052라는 이 문서는 마이크로원자로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발상의 전환이 흥미롭습니다.


원자력 허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원자력 발전소 허가를 받으려면 크게 두 가지를 심사받아야 합니다. 설계 자체가 안전한지, 그리고 이 발전소를 어떻게 운전할 것인지입니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따로따로 심사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원자로 설계가 완료되면 NRC가 설계 심사를 합니다. 그다음, 실제로 발전소를 짓고 가동하기 위한 건설·운영 허가(COL, Combined License)를 신청하면 그때 가서야 "운전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심사가 또 시작됩니다.

같은 설계라도 다른 부지에 짓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심사합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원자로도 마찬가지입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매번 꼼꼼히 확인해야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설계인데 왜 또 같은 심사를 받아야 하나"는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NOAK이란 무엇인가요? — 같은 원자로를 반복해서 짓는다면

NRC가 이번 문서에서 제시한 핵심 개념이 NOAK(Nth-of-a-Kind), 직역하면 'N번째로 같은 설계를 짓는 원자로'입니다.

첫 번째 원자로를 짓고 운전하면서 설계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그 설계를 NRC가 완전히 승인해 놓으면,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원자로는 "이미 승인된 설계를 씁니다"라고 말하면 끝입니다. 설계를 또 심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개념이 특히 마이크로원자로에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원자로는 수 MW에서 수십 MW 수준의 초소형 원자로로, 공장에서 만들어 트럭이나 배로 운반해 설치하는 방식을 목표로 합니다. 대형 원전처럼 현장에서 수천 명이 수년간 공사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스마트폰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수백 기를 찍어낼 계획인데, 매번 새로 심사를 받는다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NRC의 2단계 전략 — 7개월이 가능한 이유

NRC는 NOAK 인허가를 두 단계로 나누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1단계: 한 번에 다 묶어서 승인받기

기존에는 설계 승인과 운영 프로그램 심사가 분리되어 있었습니다. NRC가 이번에 권고한 Option 2는 둘을 하나로 묶습니다. 설계를 제출할 때 "이 원자로를 어떤 방사선 방호 프로그램으로 운전할 것인지", "비상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까지 함께 제출하고 함께 승인받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단계이지만, 한 번만 하면 됩니다.

환경 검토도 미리 일반적인 부분을 처리해 둡니다. "이 설계의 원자로라면 환경 영향이 이 정도"라는 일반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부지별로는 그 부지에만 해당하는 부분만 따로 확인하는 구조입니다.

2단계: 부지 확인만

2단계에서 NRC가 확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이 부지가 1단계에서 승인된 설계에 적합한가?" 설계 자체, 운영 방식, 환경 영향 일반론은 이미 다 결론이 났으니, 여기서는 부지 특성만 보면 됩니다. 이 단계를 약 7개월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NRC의 계산입니다.


7개월,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7개월은 조건이 다 갖춰졌을 때의 수치이고, NRC도 문서에서 이 점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신청서의 품질이 충분히 높아야 하고, 설계 표준화가 실제로 이루어져 있어야 합니다. 부족 국가나 주정부, 역사적 자산 보호 기관 등 NRC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기관과의 협의가 길어지면 일정은 늘어납니다. 과거 이런 협의에만 수개월이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전략이 의미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존 대형 원전의 인허가가 5년 이상 걸렸던 것에 비해, 방향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설계는 한 번만 심사한다"는 원칙이 자리를 잡으면, 마이크로원자로가 실제로 양산 가능한 제품이 됩니다.

대형 원전 중심의 원자력에서, 공장에서 찍어내고 7개월 안에 허가를 받는 초소형 원자로로. 그 변화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규제 체계가 먼저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