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핵연료를 설계하는 시대 — NVIDIA와 원자력의 예상 못한 만남

2026. 5. 8. 00:38원자력 뉴스

ChatGPT가 등장하고 AI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한 가지 걱정이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저 많은 AI 서버들이 쓰는 전기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지?" 실제로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돌아가고, 전력 소비가 일반 사무실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이런 수요를 안정적으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일정한 출력을 내는 원자력이 AI 시대의 전기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하나 있습니다. AI가 원자력의 전기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AI가 원자력 기술 개발을 돕기도 시작했습니다. 2026년 4월, 미국 원자로 스타트업 OkloNVIDIA, 그리고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가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AI로 핵연료를 더 빠르게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핵연료 개발, 왜 그렇게 오래 걸릴까요?

원자로의 핵심은 핵연료입니다. 그런데 핵연료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핵연료는 원자로 안에서 동시에 혹독한 조건을 견뎌야 합니다. 중성자를 수백만 번 맞으면서도, 수백 도가 넘는 온도를 견디면서도,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오지 않아야 합니다. 이 성능을 확인하려면 실제 원자로 안에 연료를 넣고 몇 년을 조사(irradiation, 照射) — 중성자를 쬐어 반응시키는 과정 — 한 뒤 꺼내서 분석해야 합니다. 이 과정 하나에만 몇 년이 걸립니다.

후보 재료를 바꿀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핵연료 개발이 느린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실험 자체가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비쌉니다.


AI가 그 병목을 어떻게 뚫으려는 건가요?

Oklo, NVIDIA, LANL이 함께 하려는 일이 바로 이 병목입니다.

LANL은 수십 년간 축적된 핵연료 실험 데이터와 플루토늄 재료 연구의 본산입니다. 그 데이터와 물리·화학 이론을 바탕으로 NVIDIA의 AI 컴퓨팅 인프라가 모델을 학습시킵니다. 이 물리·화학 기반 AI 모델은 "이 재료를 이 조건에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실험 없이 예측합니다.

여기에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결합됩니다. 디지털 트윈이란 실제 물체의 쌍둥이를 컴퓨터 안에 만들어두는 기술입니다. 실제 핵연료가 원자로 안에서 수년간 어떻게 변하는지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됩니다.

기대 효과는 이렇습니다. 수십 개의 후보 재료 중 실제로 조사시험을 할 가치가 있는 것만 먼저 AI로 골라낼 수 있습니다. 실험 횟수를 줄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Oklo가 개발 중인 원자로는 나트륨 냉각 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입니다. 물 대신 액체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방식으로, 기존 경수로와는 다른 연료 조건이 필요합니다. 특히 Oklo는 플루토늄 함유 연료 개발을 추진 중인데, 이 연료는 물성 불확실성이 크고 취급 규정도 복잡합니다. LANL의 플루토늄 전문성과 AI 모델이 결합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원자력이 AI에 전기를 공급하고, AI가 원자력을 설계한다

이번 협력에는 또 하나의 방향이 있습니다. AI 공장(AI factory)에 원자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NVIDIA는 AI 연산을 처리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AI 팩토리'라고 부릅니다. 이곳은 전력 밀도가 극히 높고, 1초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날씨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이 안정성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Oklo의 소형 원자로는 장기간 일정한 출력을 내면서, 데이터센터 부지 바로 옆에 설치할 수 있는 분산 전원 개념을 목표로 합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원자력의 수요처가 되는 것입니다.

두 방향이 함께 작동합니다. AI가 원자력 연료 개발을 빠르게 하고, 원자력이 AI 인프라에 전기를 공급합니다. Oklo와 NVIDIA, LANL의 협력은 이 양방향 관계를 처음으로 구체적인 사업 형태로 묶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원자력과 AI,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가장 앞선 곳에서는 이 둘이 이미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고 있습니다. 이 협력이 단지 보도자료 수준에 그칠지, 아니면 핵연료 개발의 판을 실제로 바꿀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 방향만큼은 명확합니다. 원자력 기술의 다음 진보는 물리학과 AI가 함께 만든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