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241 한 알이 10년간 전기를 만든다 — 우주 탐사선의 전원 장치 이야기

2026. 5. 8. 01:47원자력 뉴스

2013년, 중국의 달 탐사 로버 위투(玉兔)가 달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위투는 멈춰버렸습니다. 달의 밤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달의 밤은 지구의 밤과 다릅니다. 지구 시간으로 약 14일, 2주 동안 태양이 뜨지 않습니다. 낮에는 120도가 넘던 표면이 밤이 되면 영하 170도까지 떨어집니다. 태양광 패널은 아무 쓸모가 없고, 배터리는 이 온도 차이를 견디지 못합니다. 위투는 그 혹독한 밤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달에 오래 머무르려면, 태양이 없어도 살아남을 전원이 필요합니다. 그 해답이 바로 방사성동위원소 전력 시스템(RPS, Radioisotope Power System)입니다. 방사성 물질이 스스로 붕괴할 때 나오는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방사성 붕괴가 전기를 만든다고요?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원자가 쪼개집니다. 이 과정에서 열이 나옵니다. 멈추지 않고, 연료를 넣지 않아도, 그냥 알아서 계속 열을 냅니다.

이 열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가 RTG(Radioisotope Thermoelectric Generator,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입니다. 구조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방사성 물질 덩어리를 가운데 놓고, 주변에 열전소자라는 반도체 소재를 붙여둡니다. 열전소자는 온도 차이가 생기면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안쪽은 뜨겁고, 우주 공간 쪽은 차갑기 때문에 그 차이만큼 전기가 흐릅니다.

이 방식으로 전기를 만든 탐사선이 꽤 많습니다. 보이저 1호·2호, 카시니,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가 모두 RTG로 전기를 공급받았습니다. 큐리오시티는 2012년 화성에 착륙한 이후 지금도 RTG 덕분에 작동 중입니다. 한 번 충전으로 10년 이상을 버팁니다.

지금까지 RTG에 쓰인 방사성 물질은 주로 플루토늄-238(Pu-238)이었습니다. 반감기가 약 88년으로, 수십 년간 꾸준히 열을 냅니다. 독성이 강하고 취급이 까다롭지만, 우주 전원으로는 이상적인 성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플루토늄이 부족해졌습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Pu-238 공급이 부족합니다.

Pu-238은 특수 원자로에서 만들어야 하는데, 미국은 냉전 종식 이후 생산을 크게 줄였습니다. 현재 미국이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양은 NASA의 수요를 겨우 맞추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달 기지, 화성 탐사, 심우주 임무가 늘어나면 금방 부족해질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주목받는 대안이 아메리슘-241(Am-241)입니다.

Am-241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 안에 들어 있습니다. 핵연료가 원자로에서 타는 동안 생성되는 부산물 중 하나입니다. 반감기가 약 430년으로, Pu-238보다 훨씬 깁니다. 수백 년 동안 꾸준히 열을 낸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유럽처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는 나라에서는 이미 상당량이 쌓여 있습니다. 별도로 만들 필요 없이 꺼내 쓸 수 있는 재료가 있는 것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Pu-238에 비해 같은 무게에서 나오는 열량이 적습니다. 우주선에 실을 수 있는 무게는 한정되어 있으니,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중요해집니다.


스털링 엔진으로 효율을 높인다 — Zeno Power의 Harmonia

미국 스타트업 Zeno Power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NASA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Harmonia 프로그램이 그 중심입니다.

Harmonia는 Am-241 열원과 스털링 엔진(Stirling generator)을 결합합니다. 스털링 엔진은 외부 열로 가스를 팽창·수축시켜 피스톤을 왕복 운동시키고, 그 운동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구조입니다. 열전소자 방식보다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습니다. Am-241의 낮은 열량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NASA는 2023년 Artemis Tipping Point 프로그램을 통해 약 1,500만 달러를 지원하며 2028년까지 협력 계약을 맺었습니다. Artemis Tipping Point는 민간 기술이 달 탐사에 실제로 쓰일 수 있도록 성숙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개발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Harmonia는 최종 설계 검토(Final Design Review)를 완료하고 실제 제작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2027년 초에는 지상 시험 데모, 2028년 이후에는 달 임무에 쓸 수 있도록 인증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방사성 물질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맞습니다. 다루기 어렵고, 잘못 쓰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런데 정밀하게 설계된 용기 안에 넣어두면, 그 붕괴 에너지는 수십 년간 탐사선에 묵묵히 전기를 공급하는 전원이 됩니다. 달의 2주짜리 밤을 건너게 해주는 것도, 보이저가 50년째 태양계 밖을 날고 있는 것도, 그 조용한 붕괴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