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oft는 원전 전기를 샀는데, 전력망이 막혔다

2026. 5. 18. 05:57원자력 뉴스

1979년 3월 28일, 펜실베이니아 주 미들타운. TMI(Three Mile Island) 원자력발전소 2호기에서 냉각수 공급이 차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방사성 가스가 일부 누출됐고,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TMI는 미국 원자력에 대한 공포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 TMI에서, 사고와 무관하게 계속 운전하던 1호기가 2019년 경제적 이유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2023년, 운영사 Constellation Energy는 이 발전소를 Crane Clean Energy Center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Microsoft와 20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습니다. Microsoft의 AI 데이터센터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전력망이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TMI 1호기는 어떤 발전소였나

TMI 원자력발전소는 두 기로 구성됐습니다. 1호기(TMI-1, 835 MWe)와 2호기(TMI-2)입니다. 1979년 사고는 2호기에서 발생했고, 1호기는 별개의 원자로로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었습니다.

TMI-1은 이후 수십 년간 계속 운전하며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미국 전력시장에서 천연가스 발전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원전의 수익성이 악화됐습니다. 결국 2019년 경제적 이유로 폐쇄됐습니다.

핵연료는 제거됐지만 원자로 건물과 주요 설비는 유지됐습니다. Constellation은 재가동 가능성을 검토했고, Microsoft와의 계약이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CIR이란 무엇인가 — 발전소가 전력망에 꽂히는 '콘센트'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이 실제로 가정과 공장에 전달되려면, 발전소가 전력망에 연결돼야 합니다. 이 연결 권리를 계통연계권(Capacity Interconnection Rights, CIR)이라고 합니다.

CIR은 단순히 전선을 연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력망에는 용량 한계가 있어서, 어느 발전소가 얼마만큼의 전력을 망에 공급할 수 있는지 사전에 할당됩니다. CIR은 이 할당 권리입니다. 발전소를 새로 지거나 재가동하려면 이 권리를 새로 취득하거나 이전받아야 합니다.

Crane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TMI-1이 2019년 폐쇄되면서 기존 CIR도 사실상 만료됐습니다. Crane을 재가동하려면 전력망 연결 권리를 새로 확보해야 합니다.

Constellation은 해법을 찾았습니다. 인근에 있는 Eddystone 가스발전소의 CIR 760MW를 Crane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입니다. Eddystone은 DOE 긴급 운영 명령으로 현재도 가동 중이지만, 장기적으로 폐쇄가 예정된 시설입니다. 그 CIR을 Crane에 넘기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2026년 3월, Constellation은 이 요청을 FERC(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전력망 감시기구가 반대한 이유

문제는 PJM입니다. PJM은 미국 동부와 중부 일대 13개 주와 워싱턴 DC에 걸친 대형 전력망을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Crane이 있는 펜실베이니아도 PJM 관할입니다.

PJM 산하 독립시장감시기구(Monitoring Analytics)는 2026년 4월 FERC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습니다. "Constellation의 웨이버 요청이 4가지 요건 중 어느 것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PJM의 기술 분석에 따르면, Crane이 생산하는 전력을 전력망에 완전히 공급하려면 765kV와 500kV 고압 송전선 업그레이드가 2030년 12월까지 완료돼야 합니다. 이 공사가 늦어지면 Crane의 전력 전달이 2031년 이후로 밀릴 수 있습니다.

Microsoft와의 PPA는 2027년 재가동을 전제로 체결됐습니다. 전력망 연결이 2031년 이후가 된다면, 계약 이행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가 — AI 시대 원전의 숨은 병목

Crane의 사례는 더 넓은 문제를 가리킵니다.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원전 르네상스의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구매계약입니다. Microsoft(Crane), Google(NextEra Duane Arnold·Kairos), Meta(TerraPower·Oklo), Amazon이 원전 PPA를 경쟁적으로 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전이 켜져도 그 전기가 데이터센터까지 전달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의 전력망은 수십 년 된 인프라입니다. 재생에너지 급증으로도 이미 계통 과부하 우려가 있는데, 대형 원전이 추가되면 그 전기를 받아낼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Constellation CEO Joseph Dominguez는 "Crane은 2031년 이전에 연계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FERC의 결정은 2026년 6~7월 내로 예상됩니다.

원전을 짓는 것, 원전이 허가를 받는 것, 원전이 전력망에 연결되는 것, 그리고 그 전기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 이 모든 단계가 각각의 장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3마일섬이 다시 켜지기까지, 전력망이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