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29. 06:12ㆍ원자력 뉴스
AI 붐이 시작된 이후, "데이터센터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말이 꽤 자주 들립니다. 챗GPT 하나 쓸 때마다 엄청난 전력이 소비된다는 이야기, 빅테크 기업들이 전력망을 독점한다는 기사, 그리고 이 모든 게 결국 가정의 전기요금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우려까지. 이 담론이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미국의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미국 전기요금은 정말 올랐나요? 그리고 어디서 올랐나요?
먼저 사실 확인부터 합니다. 2021년 이후 미국 평균 전기요금이 올랐다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미국 48개 주 가운데 34개 주는 국가 평균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요금이 눈에 띄게 오른 지역은 두 곳으로 좁혀집니다. 뉴잉글랜드와 뉴욕을 포함한 동북부(Northeast), 그리고 캘리포니아입니다.
이 두 지역의 요금 상승 원인은 서로 다릅니다. 동북부는 도매 전력 시장 구조 문제입니다. 이 지역 유틸리티(전기 공급 사업자)들은 자체 발전설비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아 ISO-NE(뉴잉글랜드 독립 시스템 운영자)나 NYISO(뉴욕 독립 시스템 운영자) 같은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사 옵니다. 도매 시장가가 오르면 소비자 요금이 그대로 따라 오르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ISO-NE 도매가는 2019년 MWh(메가와트시, 1시간 동안 1,000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당 33달러에서 2024년 45달러로 올랐고, NYISO는 28달러에서 41달러로 뛰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원인은 또 다릅니다. 산불입니다. 캘리포니아 3대 투자자 소유 유틸리티(IOU)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산불 관련 비용으로 400억 달러를 지출했습니다. 265억 달러는 예방과 완화, 135억 달러는 보험 비용이었습니다. 이 비용이 전기요금에 분산 청구되는 방식으로 요금이 올랐습니다. 또한 지붕 태양광 상계거래(NEM)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가정에 2024년 한 해만 6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전가되었습니다.
그러면 데이터센터는 정말 무관한가요?
여기서 핵심 질문이 나옵니다. 요금이 오른 동북부와 캘리포니아, 이 두 지역에 대형 AI 데이터센터가 집중되어 있을까요? Charles River Associates(CRA)가 에디슨 전기연구소(Edison Electric Institute) 의뢰로 2026년 2월에 발표한 보고서는 이 점을 명확히 분석했습니다. 결론은 "대부분 사실 아님"이었습니다.
요금이 급등한 동북부와 캘리포니아에는 대형 데이터센터가 거의 없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전력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토지가 넓은 버지니아 북부, 텍사스, 오하이오 같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 개발 일정과 요금 상승 시점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요금이 오른 시점은 데이터센터가 본격 확장되기 이전부터였습니다.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해서 원인과 결과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 하나의 예외: PJM 전력시장
그렇다고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PJM 전력시장 사례는 다릅니다.
PJM은 펜실베이니아·메릴랜드·뉴저지를 포함한 13개 주에 걸친 미국 최대 도매 전력시장입니다. 이 시장에는 '용량 가격(capacity pric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기를 실제로 공급하는 가격이 아니라, 미래 수요에 대비해 발전 용량을 예약해 두는 비용입니다. 쉽게 말하면, 피크 시간대에 갑자기 전기가 필요할 때를 대비한 '예비 전력 보험료' 같은 것입니다.
이 PJM 용량 가격이 2024/25년도에서 2025/26년도로 넘어오면서 833% 폭등했습니다. MW-day(메가와트-일, 하루 동안 1,000킬로와트 용량을 확보하는 비용)당 28.92달러에서 269.92달러로 뛴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대한 예상이 이 가격 폭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결과 펜실베이니아 소매 전기요금은 17.5%, 메릴랜드는 18.4% 올랐습니다.
흥미로운 비교가 하나 있습니다. 같은 PJM 지역에서도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처럼 자체 발전설비를 보유한 버지니아 유틸리티 고객들은 용량 가격이 798% 폭등했음에도 요금 영향이 1% 미만에 그쳤습니다. 도매 시장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격이 크고, 자체 발전설비를 보유한 유틸리티 고객은 상대적으로 보호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데이터센터가 요금을 올린다'는 명제는 지역 구조와 조건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장기 흐름과 앞으로의 대응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또 다른 맥락이 보입니다. 10년 장기 트렌드를 보면, 미국 전기요금 평균 상승률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비슷한 수준인 약 30%입니다. 전기요금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1.3%로, 역사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단기 급등에 주목하다 보면 장기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동시에 제도적 대응도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주에서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대형 부하 관세, large load tariff)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입니다. 데이터센터가 자신을 위한 송전선과 변전소 같은 인프라 비용을 전액 부담하게 함으로써 기존 가정용·소상공인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2026년 1월에는 PJM 관할 주지사들과 에너지부 장관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AI 붐이 전력 수요를 늘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정의 전기요금을 올리는 직접 원인이 되는지는 지역 구조, 발전 자산 소유 방식, 규제 설계에 달려 있습니다. 담론과 데이터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 기억해 두실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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