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를 소유하냐, 안 하냐가 전기요금을 가른다

2026. 6. 29. 06:18원자력 뉴스

같은 나라 안에서 전기요금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2024년 기준으로 미국 버지니아 주민의 전기요금은 최근 5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뉴욕과 뉴잉글랜드 지역 주민들은 전기요금이 20~30% 이상 뛰어오른 경험을 했습니다. 같은 미국, 같은 시대에 살면서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요? 날씨도 아니고, 에너지 소비 패턴도 아닙니다. 핵심은 단 하나입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발전소를 직접 소유하고 있느냐, 아니냐입니다.


전기 공급 사업자의 두 가지 얼굴

미국의 전기 공급 사업자—영어로는 IOU(Investor-Owned Utility, 투자자 소유 유틸리티), 즉 민간 전력 회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첫 번째는 수직통합형(Vertically Integrated) 방식입니다. 발전소를 직접 짓고 운영하면서, 그 전기를 송전선으로 실어 나르고, 최종적으로 가정과 기업에 배전까지 담당합니다. 쉽게 말하면 농장에서 밭을 직접 가꾸고, 트럭으로 운반하고, 매장까지 직접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버지니아의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 번째는 비발전 소유형(Non-generation-owning) 방식입니다. 발전소가 없습니다. 대신 도매 전력 시장—즉 전기의 도매상 역할을 하는 광역 전력거래 시장—에서 전기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전달합니다. 농장 없이 도매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파는 유통업체와 같은 구조입니다. 뉴잉글랜드와 뉴욕 지역의 IOU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이들은 각각 ISO-NE(뉴잉글랜드 독립 시스템 운영자)와 NYISO(뉴욕 독립 시스템 운영자)라는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삽니다.

이 구조적 차이가 소비자 요금에 어떤 결과를 낳는지, 데이터로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도매 시장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요금도 따라 오른다

CRA(Charles River Associates)가 2026년 2월에 발표한 미국 소매 전기요금 트렌드 보고서는 이 구조적 차이의 결과를 숫자로 명확히 보여줍니다.

ISO-NE 도매 전기 가격은 2019년 MWh당 33달러에서 2024년 45달러로 36% 상승했습니다. NYISO 도매 가격은 같은 기간 28달러에서 41달러로 46% 뛰었습니다. 이 가격 상승은 발전소 없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사는 Northeast 지역 IOU들에게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더 분명합니다. Northeast 지역 IOU 한 곳의 총 전기 공급 비용은 2019년 kWh당 18.5센트에서 2024년 22.6센트로 올랐는데, 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전력 구매 비용 상승에서 비롯됐습니다. 또 다른 IOU는 더 심했습니다. 전체 비용 증가분의 70% 이상이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사는 비용이 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발전소가 없으면, 도매 가격 변동을 막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그 충격이 100%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PJM 용량 가격 폭등이 보여준 극명한 대비

이 구조적 차이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습니다. PJM—펜실베이니아, 뉴저지, 메릴랜드 등 중부 대서양 연안 지역을 관할하는 광역 전력 시장—에서 용량 가격이 833% 폭등한 사건입니다.

용량 가격(capacity price)이란 전기를 실제로 생산하는 비용과는 별도로, 미래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설비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예약금입니다. 이 가격이 단기간에 8배 이상 치솟았을 때, 같은 PJM 권역 안에서도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도미니언 에너지처럼 발전 자산을 직접 소유한 유틸리티의 고객들은 요금 영향이 1% 미만에 머물렀습니다. 자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도매 시장 가격 변동과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펜실베이니아와 메릴랜드의 비발전 소유형 유틸리티 고객들은 17~18%의 요금 급등을 경험했습니다. 같은 전력망 안에, 같은 시기에,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구조적 취약성, 그리고 해결책의 딜레마

Northeast 지역이 유독 도매 가격 변동에 취약한 데는 지리적 이유도 있습니다. 이 지역은 북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망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스 공급에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천연가스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 이 지역의 전기 도매 가격은 급등합니다. 지리적 조건이 구조적 취약성을 더 키웁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CRA 보고서는 여러 방안을 검토합니다. 비발전 소유형 유틸리티가 발전 자산을 직접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 천연가스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안, 장기 전력 양자 계약(bilateral contracts)—즉 특정 발전사와 장기간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사전에 계약하는 방식—수요 반응 프로그램, 그리드 현대화 등입니다.

그런데 이 방안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새로운 고정비용을 발생시키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요금이 오를 수 있습니다. 도매 시장 변동성에 대한 장기적 방어막을 구축하는 대신, 초기 투자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보고서가 내리는 결론은 신중합니다. 도매 시장 노출을 줄이는 투자로 Northeast 전기요금 안정화가 가능하지만, 초기 비용과 장기 변동성 감소 효과를 세밀하게 비교·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발전소 소유는 단순한 사업 구조가 아닙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요소는 많습니다. 연료비, 송전 인프라, 규제 환경, 기후 조건. 하지만 이 모든 변수들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가 전기를 직접 만드는가, 아니면 시장에서 사오는가.

발전 자산의 소유 여부는 단순한 기업 경영 방식의 차이가 아닙니다. 도매 시장의 가격 충격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전달하느냐를 결정하는 완충장치의 유무입니다. 버지니아와 뉴잉글랜드 사이의 전기요금 격차는 에너지 효율이나 소비 습관이 아니라, 수십 년 전에 내려진 전력 산업 구조 설계 결정에서 비롯됩니다.

전력 정책은 종종 추상적인 규제 논의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설계가 매달 청구서에 찍히는 숫자를 바꿉니다. 어떤 구조를 선택하느냐가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이 숫자들이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