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검토 vs 공동 검토, 같은 원전을 여러 나라가 심사할 때 벌어지는 일

2026. 7. 2. 13:03원자력 뉴스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하나의 표준설계를 여러 나라에 반복 건설하는 것을 전제로 사업성을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같은 설계라도 나라마다 규제기관이 다르고, 심사 기준과 절차도 제각각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설계는 표준화되었는데 인허가는 나라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표준화의 장점은 상당 부분 사라지고 맙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2년 NHSI(Nuclear Harmonization and Standardization Initiative, 원자력 조화·표준화 구상)를 출범시켰습니다. 그중 규제기관 간 협력을 다루는 트랙에서는 여러 나라의 규제기관이 같은 원자로 설계를 심사할 때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협력 방식을 제시합니다. 이름은 비슷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 협력 검토(Collaborative Review)공동 검토(Joint Review)입니다.

협력 검토: 각자 심사하고, 결과를 맞춰보는 방식

협력 검토는 참여하는 모든 규제기관이 각자 자국의 기준에 따라 전체 주제를 독립적으로 심사한 뒤, 그 결과를 서로 협의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같은 시험지를 여러 나라가 각자 따로 풀고, 다 푼 다음에 답을 맞춰보는 구조입니다. 최종 판단은 각국 규제기관이 독립적으로 내립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유연성에 있습니다. 각국이 자국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판단 근거를 배우고, 세부적인 견해 차이를 조율할 여지가 큽니다. 또한 하나의 주제를 여러 기관이 각각 독립적으로 검토하게 되므로, 한 기관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다른 기관이 짚어낼 가능성이 높아져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참여 기관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심사 방식을 접하면서 자체 전문성을 넓히는 부수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점도 분명합니다. 모든 기관이 전체 주제를 각자 처음부터 끝까지 심사해야 하므로, 참여 기관이 늘어날수록 관리 부담과 소요 시간이 함께 늘어납니다. 그리고 이 방식은 규제 접근 자체를 조화시키는 데는 상대적으로 기여가 적습니다. 각자 자국 기준으로 독립 심사를 마친 뒤에 결과만 맞춰보는 구조이다 보니, 비협력적으로 각자 심사했을 때와 비교해 실질적인 노력 절감 효과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즉 서로 배우고 신뢰를 높이는 데는 유용하지만, 중복 심사 자체를 줄이는 목적에는 한계가 있는 방식입니다.

공동 검토: 팀을 꾸려 역할을 나누는 방식

공동 검토는 접근 자체가 다릅니다. 참여기관들이 지명한 인력으로 하나의 공동팀을 구성하고, 이 팀이 사전에 합의된 공통 프레임워크에 따라 주제를 검토해 결론을 도출합니다. 전체 주제를 모든 기관이 다 들여다보는 대신, 주제별로 특정 기관(또는 기술지원조직 같은 제3자)에 검토를 배분하고, 나머지 기관은 그 결과에 의존하는 방식입니다. 시험을 각자 풀지 않고, 팀원마다 다른 과목을 맡아 함께 하나의 답안을 완성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중복 작업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특히 참여국이 3개국 이상으로 늘어날 때는 협력 검토 방식보다 시간과 자원 절감 효과가 훨씬 커집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 집중해서 기여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규제기관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기회를 얻습니다. 무엇보다 여러 나라가 하나의 공통 프레임워크로 결론을 도출하는 만큼, 규제 기준을 조화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 협력 검토와 뚜렷하게 갈리는 지점입니다.

물론 대가도 있습니다. 여러 기관의 인력을 하나의 팀으로 조율해야 하므로 별도의 프로젝트 관리 부담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자신이 직접 심사하지 않은 분야의 결론을 받아들여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그 결론이 믿을 만한지 확인하는 실사(due diligence) 요구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공통 프레임워크에 합의하는 절차 자체에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통 기준이 자국 프레임워크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동으로 도출한 결정이 각국의 규제 주권과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두 방식을 섞어 쓸 수 있다는 점

협력 검토와 공동 검토는 어느 한쪽만 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관계가 아닙니다. 같은 심사 과정 안에서도 주제별로 두 방식을 혼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가별 특수성이 강한 주제는 각자 독립적으로 심사하는 협력 검토 방식을 적용하고, 공통 기준으로 판단해도 무리가 없는 주제는 공동팀에 맡기는 식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더해, 이미 완료된 심사 결과를 다른 규제기관이 자국 심사에 활용하는 '활용(Leveraging)'이라는 절차가 두 협력 모델 모두의 투입 요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협력 검토든 공동 검토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검토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심사 결과를 가져다 쓸 수 있다면 그만큼 소요되는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협력 검토와 공동 검토는 서로 대립하는 두 진영이 아니라, 다국가 인허가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서로 다른 도구에 가깝습니다. 어떤 조합을 택하느냐는 참여국 수, 주제의 성격, 각국의 규제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같은 원자로 설계를 두고 여러 나라가 심사를 벌인다는 것은, 단순히 서류를 나눠 보는 문제가 아니라 각국의 법체계와 신뢰, 책임의 경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협력 검토와 공동 검토라는 두 갈래를 이해하고 나면, 앞으로 다국가 원전 수출이나 공동 인허가 관련 소식을 접할 때 그 이면에 있는 구조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