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 00:47ㆍ원자력 뉴스
새로 짓는 원전 옆에 사는 지역 주민들이 그 발전소를 반대하는 대신, 그 발전소의 주인이 된다면 어떨까요. 원전을 포함한 대형 에너지 인프라는 늘 인근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동반해 왔습니다. 부지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위험은 떠안고 이익은 먼 도시로 흘러간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진행 중인 한 프로젝트는 이 오래된 구도 자체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원전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이 실험이 특정 지역의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앞으로 지어질 원전들의 표준 모델이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누가, 얼마를, 어떻게 투자했나
토론토 인근에 거주하는 윌리엄스 조약 원주민(Williams Treaties First Nations) 7개 부족이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OPG)의 달링턴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캐나다달러 7억 달러(미화 약 4억 9,200만 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캐나다 원자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원주민 최초의 지분 파트너십 사례로 기록됩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연방정부 산하 캐나다 원주민 대출보증공사(CILGC)와 온타리오주의 '원주민 기회 금융 프로그램(Indigenous Opportunities Financing Program)'이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대출보증 형태로 자금이 마련되고, 이 대출은 이후 지분으로 전환되어 원주민 부족들에게 실제 소유권을 부여합니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원주민 대상 대출보증이기도 합니다.
투자 대상인 달링턴 프로젝트는 캐나다달러 209억 달러 규모로, GE 버노바-히타치가 설계한 300메가와트(MW)급 소형모듈원자로(SMR) —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을 줄이고 부품을 공장에서 표준화해 제작하는 원자로 — 인 BWRX-300을 4기 짓는 사업입니다. 4기가 모두 완공되면 총 1,200MW 규모로 약 1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며, 현재 OPG는 1호기를 건설 중입니다. 이번 지분 투자는 이 4기 가운데 1기에 대한 소수 지분을 원주민 부족들에게 부여하는 형태입니다.

'소유권'이 갈등의 해법이 되는 이유
온타리오 에너지광업부 장관 스티븐 레세(Stephen Lecce)는 이번 사례를 두고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캐나다 최초의 원자력발전 원주민 지분 파트너십"이라며 경제적 화해(economic reconciliation)에 기여할 것
경제적 화해란 단순한 보상금 지급이나 일회성 지역 지원금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원주민 공동체가 발전소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면, 원전이 가동되는 수십 년 동안 배당 수익이 세대를 거쳐 쌓이는 자산이 됩니다. 프로젝트에 반대하거나 감시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성과를 함께 나누는 이해당사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캐나다 연방재무장관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는 이번 투자 발표 하루 전, 향후 15년간 최대 10기의 대형 원전을 캐나다달러 1,000억 달러 이상 투입해 짓는 국가 핵에너지전략을 별도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원전 확대와 원주민 경제 참여를 같은 정책 틀 안에서 묶어낸 셈입니다.
이 모델, 세계 표준이 될 수 있을까
이 방식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근거로 삼을 만한 신호는 이미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향후 10기 원전 신설 계획은 이번과 유사한 지역사회·원주민 파트너십 구조를 다른 부지에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유사한 모델이 다른 국가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도 벤치마킹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다만 반론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환경단체 인바이런멘털 디펜스(Environmental Defence)는 온타리오주의 원전 확대 계획을 두고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온타리오주의 원전 확대 계획이 재생에너지 중심 대안(2050년까지 1,040억 캐나다달러) 대비 두 배 이상(2,210억 캐나다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지분 투자를 통한 수용성 확보가 아무리 정교해도, 원전 자체의 건설 비용이 재생에너지 대안보다 크게 높다면 장기적으로 정치적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원주민 지분 모델은 '누가 이익을 나눌 것인가'라는 사회적 수용성 문제에는 실질적인 답을 주지만, '전체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가'라는 경제성 문제는 별개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두 질문 모두 해결되어야 이 모델이 캐나다를 넘어 다른 나라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전과 지역사회, 새로운 관계의 시작
달링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원전 건설에서 지역사회의 역할이 반대자에서 소유자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물론 이 실험이 성공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1호기가 완공되고 실제로 배당이 지급되기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 인프라와 지역사회가 맺어온 오래된 긴장 관계에, 적어도 하나의 대안적 답이 제시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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