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8. 08:02ㆍ원자력 뉴스
냉각수가 원자로를 식히고 나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대부분의 경우 그 열은 그냥 방류되거나 공기 중으로 흩어집니다. 원자로가 만들어 낸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이 전기가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연구로의 경우는 더 두드러집니다. 발전이 목적이 아니라 중성자 연구·교육이 목적이기 때문에, 원자로가 품고 있는 열은 처음부터 '써야 할 에너지'로 기획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 열을 회수해서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증기 터빈 없이, 냉각 헬륨 하나로요.
연구로의 냉각수에는 얼마나 많은 열이 있는가
University of Utah에는 1975년에 건설된 TRIGA Mark I 연구로가 있습니다. 풀(pool) 형식의 연구로로, 열출력은 100 kWth입니다. 발전소 기준으로 보면 아주 작은 숫자입니다만, 이 숫자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로가 쉬지 않고 내뿜는 이 100 kWth의 열이 대부분 냉각수를 통해 그냥 흘러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Elemental Nuclear라는 회사가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이 냉각수 열 중 약 50 kWth를 회수해서 전력변환장치에 집어넣으면, 터빈 출력으로 약 13 kW, 보조계통 소비전력을 제하고 나면 순 전기출력 약 2~3kWe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100 kWh 원자로에서 2~3 kWe라는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원래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버려지던 열에서 나오는 전기입니다. 원자로 자체에 별도의 부하를 추가하지 않고, 지금껏 낭비되던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Brayton Cycle이란 무엇인가 — 냉장고와 비행기 엔진 사이 어딘가
여기서 핵심 기술인 Brayton Cycle(브레이턴 사이클)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브레이턴 사이클이란 기체를 압축하고, 열을 가하고, 팽창시켜 일을 얻고, 다시 냉각하는 과정을 순환하는 열역학적 사이클입니다. 제트 엔진이 바로 이 원리로 작동합니다. 공기를 압축하고, 연료를 태워 가열하고, 노즐로 팽창시켜 추진력을 얻는 구조입니다.
원자력 분야에서 브레이턴 사이클이라고 하면 보통 고온가스냉각로(HTGR)나 소듐냉각고속로(SFR)처럼 수백 도에 달하는 고온 열원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떠올립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열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Elemental Nuclear의 접근은 이와 다릅니다. 연구로 냉각수 온도는 고온이 아닙니다. 여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것이 저온 헬륨 기반 Brayton Cycle, 이른바 cold Brayton Cycle 혹은 reverse Brayton Cycle 방식입니다.
작동 유체(working fluid)로 헬륨을 사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헬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고, 열전달 특성이 우수하며, 상변화(액체-기체 전환)가 없어 가스 상태를 유지한 채로 사이클을 돌릴 수 있습니다. 전력변환 과정을 순서대로 따라가면 이렇습니다. 먼저 헬륨을 압축기로 압축합니다. 압축된 헬륨은 원자로 풀(pool) 냉각수를 통해 열을 흡수하며 가열됩니다. 가열된 헬륨이 터빈을 통과하며 팽창하면서 발전기를 돌립니다. 그리고 극저온 열교환기(cryogenic heat exchanger)에서 냉각된 후 다시 압축기로 돌아옵니다. 냉장고가 열을 '퍼올리는' 원리와 어딘가 닮아 있지만, 방향은 반대입니다. 열을 받아서 일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장치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증기 터빈과 보일러, 대형 냉각탑이 필요 없습니다. Elemental Nuclear의 장치는 compact cold-helium-based power generator로, 기존 증기 터빈 방식을 대체하는 소형 전력변환 패키지를 지향합니다. 소형 원자로, 특히 연구로나 마이크로 원자로와의 조합에 잘 어울리는 이유입니다.
2~3 kWe가 의미를 갖는 맥락 — AI 데이터센터와 원자력의 연결
2~3 kWe라는 숫자는 데이터센터의 GPU 한두 개를 돌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아직 산업용 규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기술이 주목받는 것일까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문제가 있습니다. 대규모 GPU 클러스터는 전력을 엄청나게 소비하고, 동시에 막대한 폐열을 발생시킵니다. 원자력은 안정적이고 탄소 없는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원자로 자체를 데이터센터 옆에 붙이는 것은 규제·인허가·인프라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맥락에서 Elemental Nuclear의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기술 개발의 방향이 원자로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AI 데이터센터에 원자력을 연결하려면 원자로 열원, 전력변환계통의 폐열, GPU 액체냉각 또는 공조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설계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로와 데이터센터의 열관리를 함께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쟁력은 원자로 자체보다 열교환기, 전력변환계통, 전력전자, 냉각, 제어, 마이크로그리드 연계를 포함한 balance-of-plant 전체 패키지에서 갈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온 헬륨 Brayton Cycle은 이 퍼즐에서 어떤 조각일까요. 그것은 '쓰지 않고 버려지던 에너지를 어떻게 전기로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실증 답변입니다.
이 기술의 진짜 어려움은 어디에 있는가
물론 쉬운 기술은 아닙니다. 저온 열원에서 의미 있는 순 전기출력을 얻으려면 해결해야 할 항목이 많습니다. 열교환기의 접근온도차(온도가 낮을수록 열교환기가 커져야 합니다), 헬륨 누설, 압력 손실, 방사화 가능성, 소형 터보기계의 효율, 베어링 설계, 부분부하 운전성 등이 모두 최적화 대상입니다.
특히 순 전기출력은 터빈이 만들어 낸 출력 그 자체가 아닙니다. 압축기와 보조계통이 소비하는 전력을 빼고 난 나머지입니다. 터빈이 13 kW를 생산해도 압축기와 보조장치가 10 kW를 소비한다면 순출력은 3 kW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소형 터보기계의 효율, 회전수 제어, 부분부하 운전 성능이 이 장치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설계만큼이나 운전 조건 최적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헬륨은 다루기도 까다롭습니다. 분자가 작아 아주 작은 틈새로도 새어 나가고, 방사선 환경에서 방사화 여부도 따져봐야 합니다. 원자로와 연계되는 만큼 유지보수 접근성도 설계 단계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들이 하나의 compact 장치 안에서 동시에 충족되어야 합니다.
1975년에 지어진 100 kWth 연구로의 냉각수에서 전기를 뽑아내는 실험이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기술적으로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온도에서, 가장 작은 규모에서, 그것이 가능한지를 먼저 묻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려지던 열이 전기가 되는 순간, 원자로가 보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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