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ONOS MMR: 원자로를 데이터센터 옆에 붙인다는 게 진짜 가능한가

2026. 5. 8. 07:47원자력 뉴스

AI 데이터센터에 원자로를 붙인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이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하나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는 회의, 다른 하나는 "멋있긴 한데 현실에서 되겠어?"라는 기대 섞인 의심입니다. 두 반응 모두 타당합니다. 원자로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작지 않고,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규모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KRONOS MMR이라는 이름의 소형 원자로가 바로 이 교차점에 놓여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규제 문턱은 어디에 있으며, 경제성은 현실적인지, 세 축을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KRONOS MMR은 어떤 원자로인가

KRONOS MMR은 최대 45 MWt(열출력), 15 MWe(전기출력)를 내는 고온가스로(HTGR, High Temperature Gas-cooled Reactor)입니다. 냉각재로 헬륨을 사용하고, 열 전달 과정에는 용융염(molten salt)을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연료는 TRISO(Tri-structural ISOtropic) 연료로, 이름 그대로 세 겹의 코팅층으로 싸인 작은 연료 입자를 프리즘형 흑연 블록 안에 배열하는 방식입니다. TRISO 연료는 고온에서도 구조적 완전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기존 경수로 연료와는 설계 철학 자체가 다릅니다.

부지 면적은 5에이커(약 2만 제곱미터) 미만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핵심 부품들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밀폐된 수송 가능 노심(sealed transportable core) 형태로 현장에 반입하는 개념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연료는 저농축우라늄(LEU)과 고농축저농축우라늄(HALEU, High-Assay Low-Enriched Uranium) 양쪽 모두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2026년 3월 31일,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UIUC) 그레인저 공과대학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KRONOS MMR 기반의 건설허가 신청서(CPA)를 제출했고, NRC는 같은 해 4월 15일 이를 공식 접수했습니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 이 규모의 원자로 건설을 신청한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한 진전입니다.


AI 데이터센터 전원으로 기술적으로 맞는가

데이터센터가 전원에 요구하는 첫 번째 조건은 24시간 365일 끊기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입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출력이 변동하기 때문에 대용량 에너지 저장 시스템 없이는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원자력은 기상 조건에 좌우되지 않는 기저부하(baseload) 전원이라는 점에서 이 요건과 정합성이 높습니다.

또한 on-site 또는 계통 뒤편(behind-the-meter) 구성이 가능하다면, 전력망 증설이나 계통 접속 대기 문제를 일부 우회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전력망이 포화된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입지를 찾는 사업자에게 의미 있는 옵션이 됩니다.

단, 규모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15 MWe는 소규모 엣지(edge) 데이터센터나 중형 시설에는 적합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는 수백 MW에서 GW 단위의 전력을 소비합니다. 예컨대 150 MWe 수요를 단순 정격 기준으로 충족하려면 KRONOS MMR 10기가 필요합니다. 모듈 단위로 복수 배치하면 30, 45, 60 MWe 이상으로 단계적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론적으로 성립하지만, 다수 기 동시 운영에 필요한 부지, 인력, 규제 대응은 단순히 기수를 곱한 것보다 복잡해집니다. 따라서 KRONOS MMR은 하이퍼스케일 단독 전원보다는 분산 전원 또는 보조 전원으로서 더 현실적인 역할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와 연료 공급, 무엇이 실제 병목인가

규제 측면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NRC가 건설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것은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이지, 허가가 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건설허가가 발급되더라도 원자로가 실제로 운전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운영허가(OL) 신청과 NRC의 추가 승인이 필요합니다. 두 단계의 허가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비로소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현재 UIUC 신청이 연구용 원자로 실증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연구용 실증과 상업용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은 인허가 목적, 운영 주체, 전력 판매 구조, 부지 조건이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연구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경험이 상업화 경로를 열어주는 선례가 되겠지만, 그것이 곧 상업 배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연료 공급망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HALEU 기반 장주기 운전은 경제성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미국 내 HALEU 공급망은 현재 확장 단계에 있습니다. 초기 배치에서는 연료 계약, 운송 패키지 승인, 저장 및 보안 요건이 병목이 될 수 있습니다. TRISO 연료 자체의 공급 능력, 흑연 품질 인증, 제조 공정 인증 여부도 상업화 일정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KRONOS MMR의 상업 준비 목표 시점은 2030년대 초반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이 연료 공급망의 성숙 속도가 그 일정표를 현실로 만드는 데 핵심 변수가 됩니다.


경제성: 소형화의 역설

소형 원자로의 매력 중 하나는 모듈성과 공장 제작을 통한 비용 절감입니다. 그런데 15 MWe라는 출력 규모는 이 논리가 온전히 성립하기 어려운 지점을 품고 있습니다. 원자로 운영에는 규모와 무관하게 고정비가 따라붙습니다. 원자력 안전 규제 대응, 물리 방호(보안), 비상대응 계획, 전문 인력 유지 등의 비용은 출력 규모를 줄인다고 비례해서 줄어들지 않습니다. 대형 원자로에서는 이 고정비가 대용량 발전량으로 희석되지만, 15 MWe 단위에서는 단위 전력당 비용 부담이 커집니다.

이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여러 기를 묶어 공유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전력뿐 아니라 공정열(process heat)을 함께 판매하는 것입니다. KRONOS MMR이 무탄소 전력과 함께 고품질 공정열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냉각 수요나 인근 산업 공정에 열을 공급할 수 있다면 단일 원자로의 경제성 계산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KRONOS MMR을 데이터센터 전원으로 현실화하는 문제는 기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어떤 운영 구조로, 어떤 지역에서 배치하느냐에 따라 기술·규제·경제 세 축의 무게 배분이 달라집니다. 지금 이 순간 UIUC의 건설허가 신청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기술 실증을 넘어 하나의 인허가 경로이며, 그 경로가 쌓이는 방식이 2030년대 이후 원자력 기반 데이터센터의 현실 가능성을 결정할 것입니다.

원자로를 데이터센터 옆에 붙이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된다" 또는 "안 된다"로 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의 조건들이 지금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보는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