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GE가 핵폐기물 감독관을 없앴다 — GAO 경고의 실체

2026. 5. 28. 04:36원자력 뉴스

원자력발전소가 전기를 만드는 동안, 또 다른 원자력 업무가 조용히 진행됩니다. 미국 전역에 흩어진 핵무기 생산과 연구의 역사가 남긴 방사성 오염 현장을 정화하는 일입니다. 땅속에 스며든 방사성 물질, 수십 년 된 오염 건물, 고준위 폐기물 탱크들. 이것을 감독하는 기관이 DOE 환경관리국(Office of Environmental Management, EM)입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미국 정부책임처(GAO)가 이 기관에 심각한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숫자로 보는 인력 붕괴

GAO 보고서(GAO-26-108674)의 수치는 충격적입니다. FY2025 말 기준 DOE-EM의 연방 직원 수는 856명입니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의 1,272명과 비교하면 단 1회계연도 만에 33% 감소한 것입니다.

EM 자체가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산정한 인력은 1,515명입니다. 856명은 그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결원율로 환산하면 45%입니다. 게다가 결원된 직위의 절반 가까이는 핵안전 전문가 등 '핵심(mission-critical)' 직위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뉴멕시코주 Carlsbad Field Office입니다. 이 사무소는 방사성폐기물격리시험시설(WIPP, Waste Isolation Pilot Plant)을 관할하는 곳으로, 결원율이 100%에 달합니다. 시설은 운영 중인데 연방 감독 인력이 사실상 없다는 뜻입니다.

효율화의 이름으로

이런 상황이 생긴 배경을 이해하려면 DOGE를 봐야 합니다.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연방 인력과 예산을 감축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연기 퇴직 프로그램(Deferred Resignation Program)'에 따른 자발적 퇴직 유도와 함께 대규모 인력 감축이 연방 기관 전반에 진행됐고, DOE-EM도 그 대상이 됐습니다.

표면적인 논리는 비용 절감과 관료제 효율화입니다. 하지만 GAO는 이번이 처음 경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2024년에도 같은 경고를 발령했습니다. 당시 결원율은 17%였습니다. 그런데 경고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17%에서 45%로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EM은 2026 회계연도에 174명 신규 채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GAO는 잔여 인력의 35%가 2030년까지 은퇴 예정이라며, "이탈률이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감독 공백이 의미하는 것

DOE-EM이 담당하는 현장이 어떤 곳인지 알면 이 수치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Hanford 핵시설(워싱턴주), Savannah River 사이트(사우스캐롤라이나주), Oak Ridge(테네시주), WIPP(뉴멕시코주) 등 15개 부지입니다. 이곳들은 냉전 시대 핵무기 생산과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을 처리하는 현장입니다. Hanford 단 한 곳에만 수백만 갤런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지하 탱크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연방 감독관의 역할은 이 현장에서 일하는 계약업체들을 관리하고,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며, 작업 일정과 비용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결원율 45%는 이 감독 기능에 직접적인 공백을 만듭니다. GAO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이미 인력 부족이 "일정 지연, 비용 초과, 사고"를 유발했다고 판정한 바 있습니다. 2026년 보고서는 그 수준이 더욱 심화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현장 직원들이 GAO에 표명한 우려는 구체적입니다. 운영 안전에 대한 걱정, 신규 인력 채용의 부재, 그리고 수십 년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빠르게 조직을 떠나면서 발생하는 '제도적 지식의 급속한 유실'입니다. 핵시설 운영 경험은 교과서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규제 효율화의 역설

지금 미국 원자력 산업에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새 원자로를 더 빠르게 짓기 위해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방사성 오염 현장의 감독 인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 두 흐름은 방향이 서로 다릅니다. 원전 르네상스를 향한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동시에 기존 핵유산(nuclear legacy)을 관리하는 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DOGE식 효율화가 단기적으로 예산을 아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고나 오염 확산으로 이어질 경우 그 비용은 훨씬 클 수 있습니다.

EM은 현재 조직 재편과 인력 수요 재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인력 감소에 맞춰 업무 범위를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했습니다. 줄어든 인력으로 같은 일을 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GAO의 경고가 두 번째 경고였다는 사실이 잘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