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원자력 업계에 동시에 벌어진 일곱 가지 장면

2026. 6. 13. 21:42원자력 뉴스

원자력 뉴스를 매일 챙겨 보다 보면, 미국·캐나다·스웨덴·중동에서 동시에 쏟아지는 소식들이 서로 무관한 사건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하루치 뉴스를 한자리에 모아 놓고 보면, 사실은 몇 가지 큰 흐름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보입니다. 오늘은 2026년 6월 11일부터 13일까지의 소식을 한데 묶어,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미국, 기존 원전 수명연장과 핵연료 자립을 동시에 밀어붙이다

먼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에서 나온 소식입니다. 6월 12일, NRC는 조지아주의 Edwin I. Hatch 원전 1·2호기(가압수형이 아닌 끓는물형 원자로, BWR)에 대해 후속수명연장(Subsequent License Renewal, SLR)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1호기는 2054년, 2호기는 2058년까지 운전이 가능해졌습니다. 원전은 보통 40년 운전 허가를 받고, 한 번 더 20년을 연장해 60년까지 쓸 수 있는데, 이번처럼 60년에서 80년으로 다시 연장하는 것이 바로 SLR입니다.

이번 승인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속도입니다. SLR 심사는 평균 2.5년 정도 걸리는데, Hatch는 신청 접수부터 승인까지 12개월 만에 끝났습니다. 더 중요한 건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 4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Robinson 원전이 같은 방식으로 12개월 안에 승인을 받았고, 이번 Hatch가 그 두 번째·세 번째 사례입니다. 한 번의 시범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가동 중인 93기 원전 중 다수가 2030년대까지 SLR 신청 시기에 들어서는 만큼, 이런 가속 심사 체계는 앞으로 더 자주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슷한 시기, NRC는 또 다른 큰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프랑스계 기업 Orano가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짓겠다고 신청한 50억 달러 규모의 우라늄 농축 시설 「Project Ike」에 대해,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 EIS) 작성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개시한 것입니다. 농축이란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서 핵분열에 쓰이는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이는 공정인데, 현재 미국은 이 공정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와 유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028년부터는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수입이 법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그 전에 국내 농축 능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Project Ike가 완공되면 연간 약 740만 SWU(분리작업단위, 농축 작업량을 나타내는 단위)를 생산하는데, 이는 현재 미국 내 최대 농축업체인 Urenco USA 생산량의 약 1.6배에 해당합니다.

이 두 가지 소식을 하나로 묶어주는 발언이 같은 주에 나왔습니다. NRC 위원장 Ho Nieh는 6월 11일 Politico가 주최한 에너지 서밋에서 "재원·공급망·연료·인력처럼 NRC 관할 밖의 문제만 없다면, 소형모듈원전(SMR)은 2030년까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규제 불확실성은 자본 리스크이며, 리스크가 너무 높으면 자본은 다른 곳으로 간다"면서, 70년 전 만들어진 보수적 규제 기준을 현재의 운영 경험과 분석 능력에 맞춰 손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2025년 이후 NRC 인력이 500명 이상 줄었다는 점은, 이런 개혁 속도를 유지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차세대 원전은 어떻게 지어질까 — 오크리지 건설 현장의 실험들

같은 오크리지 지역에서는 차세대 원전의 건설 방식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Kairos Power는 동테네시기술공원에서 비전력 실증로 Hermes(35MWt)와 전력 생산형 Hermes 2(35MWt 2기, 합산 50MWe)를 함께 짓고 있습니다. Hermes 2는 미국에서 최초로 전력을 생산하는 4세대 원자로로, 용융 불화염을 냉각재로 쓰는 불화염냉각고온로(FHR) 방식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한 번에 완벽하게 짓는다"는 전통적 원전 건설 방식 대신, 공학시험장치(Engineering Test Unit, ETU)를 1번, 2번, 3번으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검증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입니다. ETU 2에서는 반응로 용기를 30개 이상의 모듈로 나눠 조립했고, ETU 3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셰필드 대학과 협력해 전자빔 용접이라는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진공 상태에서 전자빔의 운동에너지를 열로 바꿔 용접하는 방식인데, 별도의 충전 금속이 필요 없어 비용을 줄이고 용접 부위 주변이 열로 변형되는 범위도 줄여줍니다. 여기에 프리캐스트(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콘크리트 모듈과 지진 격리 기초까지 더해, 건설 기간과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Hermes 2가 생산할 전력은 이미 임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Google과 TVA(테네시 밸리 청)가 맺은 전력구매계약에 따라, 테네시·앨라배마의 데이터센터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Kairos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35년까지 500MW 규모의 상업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란 핵협상 초안 — 에너지 시장을 흔들 변수

이번 주 가장 무거운 소식은 중동에서 나왔습니다. 6월 12일, 파키스탄 총리 Shehbaz Sharif는 미국과 이란이 평화협정의 최종 합의 초안 텍스트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군사목표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약 3개월 반 만의 일입니다. 외교관계위원회(CFR)의 분석에 따르면 초안에는 ①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개발·조달하지 않겠다는 영구적 공약, ② 이란이 보유한 농축우라늄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 대한 원칙적 동의, ③ 검증·사찰 체계를 만들기 위한 60일간의 후속 기술 협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란은 농축우라늄의 해외 이전을 그동안 여러 차례 거부해왔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나 제재 해제 같은 쟁점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2025년 6월 기준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우라늄은 약 400kg 이상으로, 이론적으로는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양입니다. 그래서 "초안 도달"이라는 소식 자체보다, 앞으로 60일간 진행될 기술 협상에서 이 물질을 실제로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중요한 관찰 포인트입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실제로 완화된다면, 유가 안정을 통해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우라늄과 SMR — 공급망과 시장의 재편

마지막으로, 원전을 짓는 데 필요한 연료와 설계 쪽에서도 굵직한 소식들이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Denison Mines가 사스카체완주 애서배스카 분지에서 Phoenix ISR 우라늄 광산의 착공식을 열었습니다. ISR(In-Situ Recovery, 현장침출)은 땅속 광체에 채굴 용액을 주입해 우라늄을 녹인 뒤 지상에서 회수하는 방식으로,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Phoenix는 캐나다 최초의 ISR 우라늄 광산이며, 약 7,050만 파운드의 U3O8(우라늄 정광) 자원을 보유한 것으로 측정·평가됐습니다. 2028년 중반 첫 생산을 목표로 하는 이 광산은, Cigar Lake 이후 캐나다에서 20년 만에 건설되는 첫 대형 신규 우라늄 광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SMR(소형모듈원전)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핵기술 서비스 기업 Studsvik은 기존 핵시설이 있는 Nyköping 부지에 600~1,400MW 규모의 SMR 단지를 짓기 위한 국가지원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이번이 스웨덴 정부가 받은 세 번째 SMR 국가지원 신청으로, 불과 6개월 사이 Vattenfall 계열, Blykalla, 그리고 Studsvik 자신의 또 다른 부지까지 합쳐 네 건의 신청이 이어졌습니다. 스웨덴 의회는 이미 2025년 5월 최대 5,000MW 규모의 신규 원전에 대해 정부보증 대출과 차액계약(CfD) 등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정책과 산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는 NuScale이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약 1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ENTRA1·TVA와 함께 추진하는 최대 6GW 규모의 SMR 배치 계획과 루마니아 RoPower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NuScale은 현재 미국에서 NRC 설계 인증을 받은 유일한 SMR 개발사이기도 합니다. 다만 1분기 매출은 약 60만 달러에 그쳤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목표주가 12달러로 중립(Neutral) 등급을 제시하면서 실질적인 매출은 2030년대 초까지 지연될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동시에 전 NRC 위원장 Dale Klein이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앞으로 인허가 절차에서 NuScale의 규제 대응력을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오늘의 장면들이 가리키는 방향

오늘 살펴본 소식들을 한 줄로 정리하면, "제도는 빨라지고, 공급망은 다변화되고, 건설 방식은 실험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원전 수명연장과 신규 농축시설 인허가가 모두 12개월짜리 가속 절차를 타고 있고, 그 배경에는 규제기관 수장의 공개적인 정책 신호가 있습니다. 동시에 캐나다의 신규 우라늄 광산, 스웨덴의 SMR 경쟁, 오크리지의 새로운 건설 기법은 각각 연료·설계·시공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같은 방향, 즉 원전을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하게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란 핵협상처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변수도 함께 놓여 있습니다. 앞으로 7월 13일 Project Ike EIS 의견수렴 마감, 미·이란 60일 기술 협상의 진행 상황, 그리고 스웨덴 정부의 SMR 국가지원 심사 결과 같은 이정표들이 이어집니다. 오늘 소개한 흐름이 실제로 어떤 속도로 현실이 되는지, 다음 브리프에서 계속 짚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