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13. 22:29ㆍ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자연 상태 그대로 원자로에 넣을 수 없습니다. 농축이라는 과정을 거쳐,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데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만들고 핵기술을 선도해온 미국이, 정작 이 농축 작업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와 유럽에 의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로 들릴 수 있습니다. 6월 12일 시작된 한 사업을 통해, 그 배경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변화를 짚어보겠습니다.
Project Ike, 무엇을 짓는 사업인가
6월 12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프랑스계 기업 Orano Enrichment USA가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신청한 우라늄 농축 시설 「Project Ike」에 대해 환경영향평가(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 EIS) 작성을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이 시설은 맨해튼 프로젝트 시절 핵 시설이 있던 약 252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약 7만㎡ 면적으로 지어질 계획입니다.
방식은 가스 원심분리법으로, 자연 우라늄을 우라늄육불화물(UF6) 형태로 만들어 최대 10%까지 농축할 수 있습니다. 연간 생산량은 약 740만 SWU(분리작업단위, 농축 작업량을 나타내는 단위)로, 이는 현재 미국 내 최대 농축업체인 Urenco USA의 생산량(약 450만 SWU)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총사업비는 50억 달러이며, 이 중 9억 달러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원합니다.
왜 지금, 이렇게 서두르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한 가지 법안에 있습니다. PELLUCID Act라는 법으로, 2028년부터 러시아산 농축우라늄의 미국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원전들이 사용하는 농축우라늄 중 상당량이 러시아산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법의 발효는 미국 원자력 산업 전체의 연료 공급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Project Ike의 진행 속도를 보면 이 다급함이 잘 드러납니다. Orano는 2026년 3월에 허가를 신청했고, NRC는 5월 21일 12개월 안에 심사를 끝내는 가속 절차를 발표했으며, 6월에는 곧바로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보통 몇 년씩 걸리는 인허가 절차가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2028년이라는 마감 시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부지 선택입니다. Project Ike가 들어설 자리는 맨해튼 프로젝트 시기에 핵 시설이 있던 곳입니다. 이미 핵 관련 시설이 있었던 부지를 다시 활용하면, 환경·안전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어 새로운 부지를 처음부터 평가하는 것보다 인허가 부담이 줄어듭니다. 미국 에너지부의 핵 인프라 현대화 전략과도 맞물려 있는 선택입니다.
농축 능력을 둘러싼 게임의 구도
이 사업이 끝나면 미국 내 농축 능력의 지도가 어떻게 바뀔까요?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농축을 하는 곳은 뉴멕시코의 Urenco USA가 대표적입니다. Project Ike가 완공되면 여기에 두 번째 대형 시설이 추가되는 셈입니다. 740만 SWU라는 생산량은, 단순 계산으로도 2028년 이후 러시아산 수입이 끊겼을 때 생기는 공급 부족분을 상당 부분 채울 수 있는 규모로 평가됩니다.
이런 흐름은 Project Ike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시기 미국 하원에서는 미국농축배치법(American Enrichment Deployment Act)이라는 법안도 논의되고 있고, Centrus Energy 같은 기존 업체들의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생산 확대도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 갈래의 시도가 같은 시점, 같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급망 이야기가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
우라늄 농축은 일반 독자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주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본질은 "원자력 발전을 하려면, 연료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공급받을 것인가"라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한국 역시 원전 연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 농축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이 농축 능력을 자국 내로 가져오기 위해 어떤 정책과 투자를 동원하는지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 논의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입니다.
Project Ike의 다음 이정표는 7월 13일로 예정된 환경영향평가 의견 수렴 마감입니다. 이후 NRC의 초안 평가서가 나오면, 이 거대한 농축 시설이 실제로 2028년 시한에 맞춰 움직일 수 있을지 더 분명한 그림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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