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불확실성은 자본 리스크" — 규제기관 수장의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무거울까

2026. 6. 13. 22:26원자력 뉴스

소형모듈원전(SMR)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무엇일까요? 기술이 안 될까봐, 라는 걱정보다 더 자주 나오는 답은 "허가가 언제 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입니다. 6월 11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이 한 에너지 행사에서 했던 발언은 바로 이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왜 규제기관 수장의 발언 하나가 투자 시장에서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SMR은 2030년까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6월 11일, Politico가 주최한 에너지 서밋에서 NRC 위원장 Ho Nieh는 약 20분간 발언하며 SMR의 전개 가능성과 인허가 현대화 등을 다뤘습니다. 그는 "재원 조달, 공급망, 연료, 인력처럼 NRC 관할 밖의 영역에서 병목이 생기지 않는다면, SMR은 2030년까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인허가 과정이 새로운 원자로 건설의 주요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말이 한 개발사의 마케팅 발언이 아니라, 그 기술을 심사하고 승인할 권한을 가진 규제기관 수장의 발언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말을 SMR 개발사가 하면 "목표"로 들리지만, 규제기관 수장이 하면 "전망"으로 들립니다. 이 차이가 투자자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규제 불확실성은 자본 리스크다"

Nieh 위원장이 던진 핵심 문장은 이것입니다. "불필요한 규제 리스크는 없을 것이다. 규제 불확실성은 자본 리스크이며, 리스크가 너무 높으면 자본은 다른 곳으로 간다. 우리는 NRC의 개혁을 통해 그 리스크를 제거하고 있다."

이 말을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어떤 사업에 투자할 때, 투자자는 "이 사업이 언제 인허가를 받을지", "받을 수는 있을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돈을 넣기 어렵습니다. 인허가가 1년 늦어질 수도, 3년 늦어질 수도 있다면, 그 불확실성만큼 사업의 가치를 낮춰서 평가하게 됩니다. 규제기관이 "이 절차는 이 정도 기간이면 끝난다"고 분명히 말해줄수록, 투자자는 더 정확하게 사업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Nieh 위원장의 발언은 바로 이 부분, 즉 인허가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NRC가 책임지고 만들어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말뿐이 아닌 제도 변화

이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근거는 실제 제도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Nieh는 ADVANCE Act와 행정명령(EO 14300)에 따라 추진 중인 Part 53(선진원자로 인허가 프레임워크, 2026년 4월 발효)과 Part 57(마이크로원자로 규제 프레임워크)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 프레임워크들이 "70년 전, 지금보다 훨씬 적게 알던 시대에 만들어진 보수주의"를 담고 있던 기존 규제에서, 그동안 쌓인 운영 경험과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는 Hatch 원전의 수명연장이 12개월 만에 끝나고, Orano의 신규 농축시설 인허가도 12개월 가속 절차를 밟는 등, 여러 절차에서 동시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들이 합쳐지면, Nieh의 발언은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정책 방향성의 확인으로 읽힙니다.

 

그늘도 있다 — 인력 감축이라는 변수

다만 같은 발언 안에 신중하게 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Nieh는 2025년 초 이후 NRC가 500명 이상의 인력을 잃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FY2027 예산 요청은 전년 대비 약 8% 줄었고, 직원 수는 2,606명(FTE)으로 전년보다 7% 감소했습니다. 그는 인력 감소가 어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직원 유지를 위한 새로운 보상 방식과 인턴십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규제 절차를 빠르게 만들겠다는 목표와, 그 절차를 수행할 인력이 줄어드는 현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입니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2030년 SMR 가동 가능"이라는 전망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는지를 가르는 변수가 될 것입니다.

 

신호와 현실 사이

규제기관 수장의 발언은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발언은 TerraPower의 Natrium이나 Kairos의 Hermes 2처럼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주요 프로젝트들의 일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그 신호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이라는 구체적인 자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앞으로 NRC의 FY2027 예산이 의회에서 어떻게 확정되는지, 그리고 Part 57에 따른 첫 마이크로원자로 신청이 언제 접수되는지가, 이번 발언이 선언에 머물지 실행으로 이어질지를 보여주는 다음 단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