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사이 네 번 — 스웨덴에서 SMR 국가지원 신청이 줄을 잇는 이유

2026. 6. 13. 22:32원자력 뉴스

소형모듈원전(SMR)이라는 단어는 이제 뉴스에서 꽤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한 나라에서 불과 반 년 사이에 네 개의 서로 다른 기업이 정부에 SMR 지원을 신청했다면, 이건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선 신호로 봐야 합니다. 6월 12일 스웨덴에서 나온 소식을 통해, 유럽의 SMR 경쟁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Studsvik의 세 번째 신청

6월 12일, 스웨덴의 핵기술 서비스 기업 Studsvik AB는 Nyköping의 기존 핵시설 부지에 경수로 SMR을 짓기 위한 국가지원 신청서를 재무부 금융시장 담당 장관 Niklas Wykman에게 제출했습니다. 계획 규모는 2~ 4기의 모듈식 경수로로 총 600~1,400MW입니다.

이번 신청에는 맥락이 있습니다. Studsvik는 올해 초 Kärnfull Next라는 자회사를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이미 3월에 Valdemarsvik 부지(1,200~1,600MW)에 대한 국가지원을 신청한 상태였습니다. 이번 Nyköping 신청은 Studsvik의 올해 두 번째 신청서입니다. ReFirm이라는 이름의 이 개발 프로그램은 두 부지를 병행해서 개발하다가, 나중에 최종적으로 한 곳을 선택하는 유연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Studsvik CEO Karl Thedéen은 "스웨덴은 신규 원전 건설을 결정했으며, 이 나라는 한 세대 동안 보지 못한 규모의 새로운 안정적·무탄소 설비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웨덴 정부가 받은 네 번째 신청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이 스웨덴 정부가 받은 세 번째 SMR 국가지원 신청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2025년 12월에는 Vattenfall 계열의 Videberg Kraft가 Ringhals 부지에 대해 신청했고, 6월 초에는 Blykalla가 Norrsundet/Gävle 부지에 대해 신청했습니다. 여기에 3월의 Kärnfull Next 신청까지 더하면, 불과 6개월 사이에 네 건의 신청이 이어진 셈입니다.

이렇게 신청이 몰리는 배경에는 스웨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습니다. 2022년 10월 출범한 중도우파 연립정부는 원자력을 기후·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삼았고, 2025년 5월 의회는 최대 5,000MW 규모의 신규 원전에 대해 정부보증 대출, 차액계약(CfD, 시장 가격과 일정 기준 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보전해주는 계약), 리스크·수익 공유 메커니즘을 포함한 국가지원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현재 스웨덴은 6기의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2045년까지 전력 수요가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Vattenfall이 대주주인 Videberg Kraft에 대해 정부가 60%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왜 Nyköping 같은 기존 부지가 유리할까

Studsvik가 Nyköping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이 이미 핵 관련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부지라는 점입니다. 기존 핵 운영 인프라와 규제 대응 경험, 숙련된 인력이 이미 갖춰져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부지를 개발할 때보다 인허가와 건설 과정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미국 Project Ike가 맨해튼 프로젝트 시기의 핵시설 부지를 재활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기존 핵시설 부지를 새로운 원자력 프로젝트에 재활용하는 흐름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입니다.

기술적으로도 스웨덴의 접근은 신중한 쪽에 가깝습니다. 이번에 거론되는 SMR들은 대부분 경수로(LWR) 계열로, GE Vernova의 BWRX-300이나 Rolls-Royce SMR처럼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을 우선 검토하는 모습입니다. 이는 SEALER 같은 4세대 반응로와는 다른, "검증된 기술로 빠르게 확보한다"는 현실주의적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럽 SMR 경쟁, 스웨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웨덴의 이런 움직임은 유럽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SMR 경쟁의 한 단면입니다. 영국은 Rolls-Royce SMR을 중심으로, 체코는 BWRX-300 발주를 진행 중이며, 네덜란드는 부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처럼 여러 기업이 동시에 국가지원을 신청하는 모습은, 유럽의 SMR 시장이 정책 논의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경쟁 입찰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일정은 스웨덴 정부의 국가지원 심사 결과입니다. 토지환경법원과 방사선안전청의 검토를 거쳐 어떤 부지와 기술이 선택될지, 그리고 Vattenfall이 Videberg Kraft를 통해 어떤 기술을 최종 선택할지가 이어질 다음 이정표입니다. 6개월 사이 네 건의 신청이 어떻게 압축되어 실제 건설로 이어질지, 유럽 SMR 시장의 향방을 보여주는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