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2. 00:19ㆍ원자력 뉴스
원전 하나를 짓는 데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오래 걸리는데 무슨 수로 갑자기 빨라진다는 거지?" 하는 의문이 먼저 드실 겁니다. 최근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발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해 원전 건설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의문은 더 커졌습니다. 안전을 담보로 속도를 낸다는 뜻은 아닌지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오늘은 이 발표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건설기간이라는 것이 어떤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왜 지금 건설기간 단축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2026년 6월 30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원전 건설에는 통상 9~10년이 소요되는데, 이 기간을 단축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의 배경은 AI 데이터센터입니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기존 산업 시설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데, 이런 수요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 계획 자체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2026년 6월 30일(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에 따른 전력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건설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단축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향후 발표될 장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입니다. 다만 이미 확정된 영덕(대형원전)과 기장(i-SMR,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신규 부지 계획과 맞물려, 건설기간까지 줄어든다면 한국의 신규 원전 공급 속도 자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9~10년이라는 시간은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원전 건설기간이라고 하면 흔히 콘크리트를 붓고 설비를 조립하는 물리적 공사 기간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인허가 절차, 설계 확정, 기자재 조달까지 포함된 전체 사이클을 의미합니다. 이번 브리프에서 소개된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이 기간을 어떻게 줄이려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폴란드의 SMR 개발사 Orlen Synthos Green Energy(OSGE)는 브워츠와베크 등 3개 부지에 총 14기의 BWRX-300 SMR을 짓기 위한 차액정산계약(Contract for Difference, CfD, 기준가격과 실제 시장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재정지원 방식)을 신청했습니다. 이는 폴란드 정부로부터 원칙적 승인을 받은 총 26기 건설 프로그램의 1단계입니다.
다수 호기 표준화·반복 건설을 통한 단가 절감 전략은 한국 i-SMR의 해외 수출 모델(다수 호기 패키지 수주) 설계에도 참고할 수 있는 유럽 사례.
같은 설계를 여러 번 반복해서 지으면 매번 설계를 새로 검토하고 인허가를 처음부터 다시 받을 필요가 줄어듭니다. 이것이 바로 표준설계 반복 적용이 건설기간 단축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인허가 개혁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건설기간을 줄이려는 시도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미국은 이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개혁을 위한 행정명령(EO 14300)과 에너지부(DOE) 시험로 프로그램 관련 행정명령(EO 14301)을 통해 인허가 속도를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브리프의 시사점에서도 이 흐름이 언급됩니다.
미국의 EO 14300(NRC 개혁)·EO 14301(DOE 시험로 프로그램) 등 인허가 가속화 정책과 유사한 방향으로, 한국형 원전의 건설기간 단축 실적은 향후 해외 수출 협상(체코·폴란드·UAE 등)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수 있다.
즉 건설기간 단축은 단순히 국내 전력 공급을 서두르기 위한 조치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형 원전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때 "얼마나 빨리, 예측 가능하게 지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적으로도 쌓이게 됩니다. 실제로 이번 브리프에는 튀르키예 아쿠유(Akkuyu) 원전에서 러시아 로사톰이 2호기 격납건물 돔 설치를 마치는 동안 1호기 기동 준비도 동시에 진행하는 사례가 소개되는데, 이런 다수 호기 동시건설 역량이 해외 수주 경쟁에서 얼마나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속도와 안전은 상충하는 목표일까요
건설기간을 줄인다고 하면 안전 심사를 대충 넘어간다는 뜻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브리프에서 다뤄진 슬로바키아 모호프체(Mochovce) 4호기 사례는 이 오해를 풀어주는 좋은 참고가 됩니다. 이 원전은 1986년 착공되었다가 1992년 공사가 중단된 뒤 2013년 재개되어, 완공까지 무려 3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Mochovce 4호기는 471MW급 VVER-440 가압경수로로, 1986년 착공되었으나 1992년 공사가 중단된 뒤 2013년 완공 프로젝트가 재개되어 총 사업비 67억 유로(약 76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건설기간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줄인다고 안전이 희생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슬로바키아 원자력안전청(ÚJD SR)은 5월 기동 허가를 통지하고,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6월 24일 최종 승인을 확정하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즉 건설기간 단축 논의의 핵심은 안전 심사 자체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정 절차나 설계 재검토처럼 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연 요인을 찾아 줄이는 데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검토하겠다고 밝힌 인허가 절차 간소화, 표준설계 반복 적용, 기자재 사전조달 등의 방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논의가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될까요
건설기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전력 공급 속도지만, 산업 측면의 파급 효과도 있습니다. 이번 브리프는 다음과 같이 짚고 있습니다.
건설기간 단축이 현실화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한전기술·한전KPS 등 국내 원전 공급망 기업의 수주-매출 인식 사이클이 단축되어 실적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또한 AI發 전력수요가 원전 정책의 명시적인 동인으로 제시된 것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전력을 원전으로부터 직접 조달하는 전력구매계약(PPA)이나 직접전력공급 같은 제도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단축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고, 2026년 하반기 새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므로, 이 논의가 실제로 어떤 절차를 어떻게 줄이는 방식으로 구체화되는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기간 단축이라는 말이 처음엔 막연히 "빨리, 대충 짓겠다는 건가" 하는 불안으로 다가왔다면, 이제는 그 안에 어떤 절차들이 얽혀 있고 무엇을 손볼 수 있는지 조금은 구체적으로 그려지실 겁니다. 다음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이 단축 방안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그 발표를 함께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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