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E가 NRC 영역을 넘본다 — 원자로 규제 주도권 다툼

2026. 7. 2. 02:07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는 누가 규제할까요. 대부분은 당연히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라고 답하실 겁니다. 상업용 원자로의 인허가부터 안전 감독까지, 미국에서 원자력을 규제하는 기관은 지난 반세기 동안 NRC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원자력 업계 내부에서는 조금 낯선 질문이 오가고 있습니다.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와 국방부가 원자로 관련 권한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러다 NRC의 자리가 흔들리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입니다.

이 우려가 어디서 나왔는지, 그리고 왜 원자력 산업 전체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인지 짚어보겠습니다.

규제 완화 바람 속에서 나온 발언

2026년 NRC의 연례 규제정보회의(RIC, Regulatory Information Conference)에서 "내일의 규정에 대한 오늘의 고찰"이라는 제목의 세션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2012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NRC 소송담당변호사(solicitor)로 일했던 앤드루 아버바크(Andrew Averbach)가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NRC를 대리해 연방 항소법원에서 수많은 소송을 이끌었던 인물로, 로펌 이직을 앞둔 시점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입장이었습니다.

세션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14300호가 있습니다. 이 행정명령은 NRC를 포함한 연방 기관들에게 광범위한 규제 검토와 개혁을 요구하고 있으며, NRC는 청문 절차 간소화를 포함해 이 명령을 이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연방대법원 판례들은 행정기관의 법 해석에 법원이 더 이상 관대하게 존중(deference)해주지 않는 방향으로 흐름을 바꾸고 있습니다. 규제기관의 재량이 좁아지는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한 정치적 개입 여지는 넓어지는 이중의 압박 속에서 이번 논의가 나왔습니다.

에너지부와 국방부는 원자로에 어떤 권한을 갖고 있나

패널 진행자인 폴 볼워크(Paul Bollwerk) 판사가 아버바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에너지 재조직법(Energy Reorganization Act)에는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상 폭넓게 포괄될 수 있는 영역, 예컨대 재처리 분야에서 에너지부가 더 많은 규제 권한을 가져갈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버바크는 에너지부와 국방부가 원자로와 관련해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법적 권한을 이미 갖고 있으며, 이는 최근 행정명령에 따라 실제로 행사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tail wagging the dog", 즉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부수적이어야 할 부분(꼬리)이 본체(개)를 좌우하게 되는 역전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에너지부와 국방부의 원자로 관련 권한 행사가 지금 추세로 계속 확대되면, 언젠가는 NRC가 상업용 원자로를 규제하는 본연의 기능에서 밀려나는 지점이 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Doe has and the Department of Defense or whatever the name is, have certain statutory authorities to carry out a limited set of functions vis a vis nuclear reactors. And that's what's going on pursuant to the executive orders. Perhaps there's a point when the tail starts wagging the dog and the NRC is relegated to a place where it's not performing the primary function of regulating commercial nuclear reactors. And that concerns me because I think that that starts to be inconsistent with the scheme that you're talking about that Congress created."

 

그는 이 현상이 걱정스러운 이유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의회가 원래 설계한 규제 체계(scheme)와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원자력법과 에너지 재조직법은 상업용 원자로에 대한 규제 권한을 NRC에 부여하고,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나 국방 관련 원자로처럼 별도의 좁은 영역만 맡도록 역할을 나눠 놓았습니다. 그런데 행정명령을 매개로 에너지부와 국방부의 역할이 조금씩 넓어진다면, 의회가 법으로 그어놓은 경계선과 실제 행정 관행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이 이야기가 나왔나

이 발언이 단순한 기우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같은 세션에서 논의된 다른 흐름들과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패널에서는 로퍼 브라이트(Loper Bright) 판결로 셰브론 존중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법원이 더 이상 NRC의 전문적 판단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점이 반복해서 지적되었습니다. 토마스 바나스키(Thomas Vanaskie) 전 연방 항소법원 판사는 이제 법원이 원자력법과 원자력폐기물정책법을 NRC의 기술적 전문성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RC가 가진 재량과 권위가 사법부 쪽에서 좁아지는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에너지부·국방부의 역할이 넓어지는 두 흐름이 겹치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답

주목할 점은 아버바크 본인도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볼워크 판사의 질문에 "모르겠습니다(I don't know)"라고 운을 뗀 뒤, 스스로 예상했던 다음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 주제를 꺼냈습니다. 즉 확정된 결론이 아니라, 현직에서 물러난 NRC 내부 실무자가 던진 경고에 가깝습니다. 그가 말한 것은 "제한된 기능"이 지금의 궤적대로 계속 확대될 경우 도달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우려입니다.

그럼에도 이 발언이 의미 있는 이유는, 행정명령이라는 정치적 수단과 법으로 규정된 기관 간 권한 배분이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현장에서 소송을 담당했던 전문가가 직접 짚었기 때문입니다. 규제 완화와 원자력 확대라는 목표 자체는 업계 다수가 공감하는 방향이지만, 누가 무엇을 규제하는지에 대한 경계가 흐려진다면 오히려 예측 가능성을 해치고 소송 리스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원자로를 둘러싼 규제 권한이 하나의 기관에 안정적으로 귀속되어 있는지, 여러 기관 사이에서 유동적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는 앞으로 원자력 정책을 지켜보는 모든 사람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