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줄이면 원전은 빨라질까 — NRC Part 2 개정의 숨은 소송 리스크

2026. 7. 2. 02:20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 인허가가 너무 느리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신형 원자로 하나 짓는 데 인허가 절차만 몇 년이 걸린다는 불만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청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나섰을 때, 많은 사람이 "드디어 속도가 붙겠구나"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이 개정안을 오랫동안 법정에서 방어해온 전직 NRC 수석 법률고문(Solicitor)은 다른 걱정을 꺼냈습니다. 절차를 빨리 끝내는 데만 집중하다가, 정작 그 절차의 존재 이유인 '당사자가 실제로 발언할 권리'를 놓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도를 얻으려다 오히려 소송에 발목 잡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역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짚어보겠습니다.

Part 2 개정, 무엇이 바뀌는가

NRC의 규정 중 "Part 2"는 원자력 시설 인허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사람(개입희망자, intervenor)이 어떤 절차를 거쳐 청문(hearing)을 받을 수 있는지를 정한 규칙입니다. 쉽게 말해, 원전 건설이나 운영 허가에 반대하거나 우려를 제기하고 싶은 주민·단체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규정한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통해 원자력 인허가 절차 전반을 신속화하라고 NRC에 지시했고, 이에 따라 NRC는 청문 절차를 간소화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2026년 3월 3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했습니다. 개입희망자가 이의를 제기하고 그 쟁점을 다투어 결론이 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여기까지는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문제는 "시간 단축"이라는 목표 하나에만 매몰될 때 발생합니다.

절차를 빨리 끝내는 것과 권리를 지키는 것은 다른 문제

전직 NRC 수석 법률고문 앤드루 애버바크(Andrew Averbach)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습니다. 그는 개정안 자체가 "표면적 이의제기(facial challenge)", 즉 규칙 자체가 위법하다는 식의 정면 도전에는 상당히 방어력이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NRC가 50년 넘게 청문 절차를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전문성이 있고, 법원도 과거 유사 사례에서 이런 기관의 판단을 존중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진짜 우려한 것은 다른 종류의 소송, 이른바 "적용 사례별 이의제기(as-applied challenge)"입니다. 이는 규칙 자체는 문제 삼지 않되, 특정 사건에 그 규칙이 적용된 방식이 부당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입니다. 그의 표현을 옮기면, "시간을 다른 모든 고려사항보다 우선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면, 결국 소송 당사자가 법이 보장한 청문받을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할 근거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이 우려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애버바크는 미국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 189조(a)가 "청문(hearing)"이라는 용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들이 1990년대와 2000년대 판례에서 NRC에 상당한 재량권을 인정해왔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형태의 청문을 얼마나 오래 허용할지는 기관이 알아서 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재량이 "기술을 더 빨리 인허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청문 기간을 줄이는 데 쓰인다면, 법원이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특히 그는 법원이 특정한 유형의 사례에 더 수용적일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개입을 원하는 사람이 인허가 신청서 안에 묻혀 있던 사실적 쟁점의 존재 자체를 몰랐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그 짧은 기간 안에 그 문제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될 때입니다. 즉 "규칙 자체가 나쁘다"가 아니라 "이번 건에서는 실제로 발언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구체적 정황이 쟁점이 될 때, 법원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법원도 이미 신호를 보냈다

이 우려가 추상적인 걱정만은 아니라는 근거로 애버바크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언급했습니다. NRC 대 텍사스(NRC v. Texas) 사건은 사용후핵연료를 원자로 부지 밖에 임시 저장하는 시설에 대한 NRC의 허가를 다룬 사건으로, 결과적으로는 NRC의 규제 권한이 인정됐습니다.

그런데 애버바크가 주목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판결의 논조입니다. 그는 이 사건의 대법원 구두변론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정치적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여러 대법관이 사람들을 청문 절차에서 배제하는 것의 공정성에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진보 성향이든 보수 성향이든 상관없이, 이해관계자를 절차에서 밀어내는 방식 자체에는 여러 대법관이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뜻입니다. 애버바크는 이를 근거로 "NRC가 규칙을 다시 쓰는 과정에서 무조건 통과할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개정 취지가 "행정명령이 정한 기한에 맞추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법정에서 충분한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1년 뒤 정부를 변호하는 소장을 쓴다면, '행정명령의 일부였기 때문에 적법하다'는 논리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표현입니다. 행정명령이 개정의 배경 설명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법적 정당성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개정을 정당화하려면 기관 스스로 "왜 이 절차가 자의적이거나 근거 없는 방식이 아닌지"를 별도로 논증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신속화가 오히려 지연을 부르는 역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청문 절차를 단축하려는 시도 자체는 정당한 정책 목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시간 단축"이라는 단일 잣대로만 밀어붙이면, 정작 절차에서 배제됐다고 느끼는 당사자가 개별 사건마다 소송을 제기할 빌미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소송은 규칙 전체를 무효화하는 정면 도전보다 막기가 더 까다롭습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다르고, 법원이 "이번 경우는 정말 불공정했다"고 판단할 여지가 매번 새로 열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허가 신속화를 목표로 도입한 절차가, 개별 소송이 하나씩 쌓이면서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지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논의의 핵심입니다. 절차를 줄이는 데만 성공하고 그 절차가 왜 공정한지 설명하는 데 실패하면, 단축한 시간을 소송으로 고스란히 되갚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미국만의 이야기로 보이지 않습니다. 인허가 지연이 원전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절차를 얼마나 줄이느냐 못지않게 그 절차가 이해관계자에게 실질적으로 공정했는가를 함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속도와 정당성 중 하나만 챙겨서는, 결국 둘 다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