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상업용 SMR이 중국에서 켜졌다 — 링롱원이 바꾸는 것들

2026. 5. 8. 04:54원자력 뉴스

"SMR이 곧 나온다"는 말을 몇 년째 들어온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뉴스에서 소형 모듈 원자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조만간 상용화된다"고 했는데, 막상 실제로 가동 중인 SMR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2026년, 그 첫 번째 SMR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중국에서입니다.

중국 하이난성 창장 원자력발전소 부지에 건설 중인 링롱원(Linglong One, ACP100)이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 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착공부터 가동까지 58개월, 채 5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링롱원이 세계 최초인 이유 — 이미 있던 SMR과 무엇이 다른가요?

"SMR은 이미 러시아에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러시아는 2020년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KLT-40S를 상업 운전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전소는 배 위에 올려 바다에 띄운 방식입니다. 육지에 고정된 발전소가 아닙니다.

링롱원은 세계 최초의 육상 상업용 경수형 SMR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원자력 발전소와 같은 방식(물로 냉각하는 경수로)으로, 육지에 고정 설치된 상업용 소형 원자로로는 처음입니다.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가 독자 개발한 ACP100은 이미 2016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심사를 통과했습니다. SMR 중 세계 최초로 IAEA 심사를 받은 설계입니다. 이후 10년에 걸쳐 설계를 다듬고, 2021년 착공해 지금에 이릅니다.

2026년 상반기 상업 운전이 확인되는 순간, 링롱원은 전 세계 SMR 시장의 기준점이 됩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SMR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 정부, 경쟁사 모두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대형 원전은 왜 20년이 걸리고, SMR은 왜 5년이면 되나요?

링롱원의 건설 기간 58개월은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링롱원이 빠른 이유는 설계 방식에 있습니다. 핵심은 일체형(Integrated) 설계입니다.

기존 대형 원전은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가 각각 따로 있고, 이것들을 굵은 배관으로 연결합니다. 이 배관들이 수십 미터에 달하고, 용접 품질 검사와 설치 공정이 복잡합니다. 그 배관 하나하나가 공사 기간을 늘립니다.

링롱원은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모두 집어넣었습니다. 대형 배관이 필요 없습니다. 연결부가 줄어드니 검사할 곳도 줄고, 설치 공정도 단순해집니다.

거기에 모듈식 시공이 더해집니다. 주요 부품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으로 가져와 조립합니다. 현장에서 맨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품질이 안정적이고 시간이 짧습니다.

안전계통도 다릅니다. 피동안전계통이란, 사고가 나면 별도의 전기 펌프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중력과 자연 대류만으로 원자로를 식힐 수 있는 구조입니다. 복잡한 능동형 안전 설비가 줄어드니 그만큼 설비가 간단해집니다.


원자로가 전기만 만든다고 생각하셨나요?

링롱원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흥미로운 항목이 하나 있습니다. 다목적 활용 가능 여부입니다.

전기 생산은 물론이고, 지역난방, 스팀 공급, 해수 담수화에도 쓸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연간 발전량은 약 10억 kWh로 약 52만 6천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고, CO₂ 감축 효과는 연간 약 88만 톤입니다. 나무 750만 그루를 심는 것과 맞먹는 양입니다.

해수 담수화는 특히 주목할 만한 용도입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것이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입니다. SMR이 안정적인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면, 이 과정을 훨씬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링롱원이 "낙도·원격지·전력망 취약 지역에 특히 적합하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대형 송전망을 깔기 어려운 섬이나 오지에 전기·물·열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소형 에너지 허브가 될 수 있습니다.


서방은 지금 어디 있나요? — 10~15년 격차의 실체

"미국이나 유럽의 SMR은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프로젝트 국가 현재 상황 상업운전 예상
링롱원(ACP100) 중국 2026년 상반기 상업운전 예정 2026년
NuScale 미국 NRC 설계인증 획득, 건설 미착수 미정
BWRX-300 미국/일본 인허가 진행 중 2030년 이후
Rolls-Royce SMR 영국 개념설계 단계 2030년대
Nuward 프랑스 개념설계 2026년 중반 완료 예정 2030년대

 

분석가들이 "중국이 서방보다 10~15년 앞서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이 표에서 보입니다. 서방의 SMR 프로젝트 대부분은 아직 종이 위에 있거나, 인허가 단계입니다.

왜 이런 격차가 생겼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규제 속도와 국가 의지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사업을 승인하고 밀어붙이는 구조입니다. NDRC(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2021년 6월 프로젝트를 승인하자마자 한 달 뒤 착공이 이루어졌습니다. 서방에서 같은 속도를 내기는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를 동시에 건설 중입니다. 무려 29기로, 전 세계 건설 중 원자로의 약 절반을 차지합니다.


격차는 수치로 나타나지만, 그 의미는 더 넓습니다. 실제로 가동 중인 SMR을 보유하면 "설계는 훌륭하지만 아직 운전 경험은 없습니다"라는 경쟁사보다 수출 시장에서 훨씬 강한 위치에 섭니다.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이 SMR 도입을 검토할 때 먼저 찾는 나라는 실제 운전 실적이 있는 나라입니다.

링롱원 한 기가 켜지는 것이 단순히 중국 전기 한 줄 늘어나는 사건이 아닌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