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바라카 원전에 드론이 날아들었습니다 — 국제법은 왜 침묵하는가

2026. 5. 21. 22:54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가 전쟁의 표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막연히 두렵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가늠하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17일, 그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에 드론 한 기가 날아와 발전기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방사선 누출은 없었지만, 이 사건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가동 중인 원전을 향한 무장 공격을 막을 국제적 약속은 왜 아직도 없는가.


드론 한 기가 바라카에 떨어졌습니다 — 무슨 일이 있었나요?

바라카 원전은 UAE가 아랍권 최초로 가동에 성공한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한국 한수원이 설계·건설한 APR1400 원자로 4기가 돌아가고 있으며, UAE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담당합니다.

5월 17일 드론 한 기가 원전 부지의 외부 울타리 안쪽으로 침투해 전기 발전기를 타격했습니다. 화재가 발생했지만, 3호기에 비상 디젤 발전기(EDG, Emergency Diesel Generator — 외부 전원이 끊겼을 때 냉각·안전 계통을 유지시키는 비상 전원 장치)가 즉시 가동됐고, 이후 외부 전원이 복구됐습니다. 방사선 수치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UAE 정부는 드론이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됐으며 이란 연계 세력의 소행이라고 공식 명시했습니다. UAE 대사 모하메드 아부샤합은 이번 공격을 "불법적·무도한 테러 공격"으로 규탄하며 "원전 공격은 레드라인"이라고 선언했습니다.


UN 안보리가 소집됐습니다 — 그런데 국제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이 사건은 곧바로 국제 무대로 번졌습니다. 바레인의 요청으로 5월 19~20일 UN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소집됐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라파엘 그로시가 직접 화상으로 브리핑했습니다.

그로시의 발언은 상당히 직접적이었습니다. "바라카 원전에 대한 공격은 가장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자로 심부에는 수천 킬로그램의 핵물질이 내장돼 있고, 이것이 방출될 경우의 의미를 그는 분명히 짚었습니다. 그로시는 현재 세계 곳곳의 가동 원전, 즉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러시아의 쿠르스크, 이란의 부셰르, 그리고 이번의 바라카까지,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군사 공격은 국제인도법(IHL,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 전쟁 중에도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국제법 체계) 위반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문제가 드러납니다. 그로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위반'이라고 선언하는 것까지입니다. 그 선언을 실행에 옮길, 즉 공격을 사전에 막거나 공격자에게 실질적 책임을 묻는 강제적 국제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국제적 보호 메커니즘이 없는 걸까요?

그로시는 안보리 브리핑에서 가동 원전에 대한 군사 공격이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자포리자·쿠르스크·부셰르·바라카, 최근 몇 년 사이 전쟁과 분쟁 지역에 놓인 원전들이 하나둘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로시가 할 수 있는 것은 '위반'이라고 선언하는 것까지입니다. 선언을 실행에 옮길, 즉 공격을 사전에 막거나 공격자에게 실질적 책임을 묻는 강제적 국제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응이 반복적으로 같은 수준에 머문다는 점입니다.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이 이어질 때도, 바라카에 드론이 날아들었을 때도, 결과는 규탄 성명과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이었습니다. 강제력 있는 정전 의무나 공격 억지력을 담은 조약은 아직 없습니다.

IAEA는 핵안전(Nuclear Safety — 원전 자체의 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적 기준)과 핵안보(Nuclear Security — 테러·외부 위협으로부터 핵시설을 보호하는 기준)를 관할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나 IAEA는 회원국에 권고하는 기구이지, 군사적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닙니다. 그로시가 "현장에 핵안전·핵보안 전문가를 파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것도, 지원과 권고의 영역입니다. 그 이상을 하려면 IAEA의 권한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이 사건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바라카 원전 사건이 한국과 무관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바라카에 설치된 APR1400은 한국 표준형 원전입니다. 지금 체코와 폴란드에서도 한국형 원전 수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부 물리적 위협에 대한 설계 기준, 드론 탐지 및 무력화 시스템의 필요성은 이제 수출 계약의 핵심 요건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번 UN 안보리 논의가 하나의 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가동 원전에 대한 드론·무장 공격을 국제법 위반으로 공식화하고, 이를 근거로 IAEA의 권한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국제 조약 논의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역사적 계기입니다. 그로시도 걸프 지역 방문과 비상 대응 역량 추가 지원을 직접 예고했습니다.

방사선이 새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공격이 무해한 사건은 아닙니다. 드론 한 기가 원전 울타리 안쪽까지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아직 대비하지 못한 취약점을 드러냈습니다. 원전이 전쟁의 표적이 되는 시대에, 국제법이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는지 — 그 답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