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21. 23:06ㆍ원자력 뉴스
"핵폐기물은 어디에 버려요? 결국 그게 원자력의 가장 큰 문제 아닌가요?"
원자력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장 자주 마주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것은 오래도록 실질적인 답이 없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원자력 반대론자들이 수십 년 동안 이 지점을 파고들었던 건 근거가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2026년, 그 답이 처음으로 현실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작은 섬, 올킬루오토에 세계 최초의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Onkalo(핀란드어로 '동굴'이라는 뜻)가 운영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영구'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
Onkalo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닙니다. 임시로 보관했다가 나중에 꺼낼 수 있는 창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영원히 격리하는 시설입니다. 방사성 폐기물 중 가장 위험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즉 원자로에서 꺼낸 핵연료봉)이 인간에게 안전한 수준으로 붕괴되기까지는 수만 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핀란드는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설계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숫자를 실감하기 위해 잠깐 시간을 거슬러 보면 — 10만 년 전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입니다. 기록된 역사 전체가 불과 5,000~6,000년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인류가 만들어 본 그 어떤 구조물보다 긴 수명을 목표로 설계된 시설입니다.
그 선택지가 핀란드 올킬루오토 섬 지하 400~430미터 깊이에 있는 약 19억 년 된 화강암 암반이었습니다. 지질학적으로 수십억 년 동안 안정을 유지해 온 암반이라면, 앞으로 10만 년도 버텨낼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중 방벽: 하나가 실패해도 괜찮은 설계
Onkalo에 적용된 기술은 KBS-3(스웨덴의 핵폐기물 관리 기관 SKB가 개발한 공법)라는 다중 방벽 시스템입니다. 이름이 낯설더라도 개념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 개의 벽이 뚫려도 다음 벽이 막는다"는 원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먼저 사용후핵연료 12다발을 보론강 캐니스터(붕소 성분이 들어간 특수 강철 용기,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을 억제함)에 담습니다. 그리고 이 캐니스터를 두께 5센티미터의 구리 캡슐로 다시 밀봉합니다. 구리는 지하 환경에서 수십만 년 이상 부식되지 않는 금속입니다. 이 캡슐을 지하 처분 터널 안에 개별적으로 뚫어 놓은 구멍(보어홀)에 세우고, 그 주위를 벤토나이트 점토(수분을 만나면 팽창해 지하수 침투를 차단하는 특수 점토)로 빈틈없이 채웁니다.
공학적 장벽(캐니스터·구리 캡슐·점토)이 모두 실패한다 해도, 마지막으로 400미터 두께의 화강암 암반이 버팁니다. 어느 하나가 무너져도 전체 시스템은 유지됩니다. 이것이 다중 방호의 핵심입니다.
2004년 착공해 총 건설비만 약 1조 원(€10억)이 투입됐고, 운영과 최종 봉인까지 포함하면 추가로 €40억이 더 필요합니다. 핀란드가 이 시설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반대론의 핵심 논거가 흔들리다
원자력 반대론이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주장이 있습니다.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원전 확대는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사실 꽤 강력했습니다. 수십 년간 세계 어느 나라도 최종 처분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내놓지 못했으니까요.
Onkalo는 그 공백을 메우는 첫 번째 실제 사례입니다. IAEA 그로시 사무총장이 이 시설을 두고 "원자력 산업의 게임체인저"라고 평가한 것은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칭찬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미뤄두었던 숙제를 처음으로 제출한 사건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Onkalo 하나로 모든 논란이 끝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슷한 지질 조건을 찾기 어려운 나라도 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 역시 쉽지 않습니다. 핀란드의 성공이 모든 나라에 그대로 복사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어렵지만 가능하다"는 주장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Onkalo는 그 차이를 실증으로 보여줍니다.
스웨덴도 같은 KBS-3 공법으로 포르스마르크 부지에 유사 시설을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영국도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핀란드의 선택이 국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2120년까지 — 그리고 그 이후
Onkalo의 운영 계획은 이렇습니다. 핀란드 원전 운영사들의 합작법인 Posiva Oy가 시설을 운영하며, 2120년대까지 핵폐기물을 받아들인 뒤 영구 봉인합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물론이고, 우리 자녀와 손자의 세대를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계획입니다. 이미 운영허가 기간 신청도 2070년까지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이 시간 규모가 주는 무게는 단순히 기술적 성취 이상입니다. 핵에너지를 사용한 세대가 다음 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겠다는 책임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핀란드가 1990년대부터 부지 선정을 시작해 약 30년에 걸쳐 이 시설을 완성해 온 과정 자체가, 원자력을 운영하는 국가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스웨덴 역시 같은 KBS-3 공법으로 포르스마르크 부지에 유사 시설을 건설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캐나다와 영국도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핀란드의 선택이 국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핵폐기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비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모든 나라가 Onkalo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방법은 있다. 핀란드가 이미 보여주고 있다." 이 사실이 앞으로의 논의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지켜볼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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