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헬의 반격 — 니제르가 58년 프랑스 광구를 빼앗은 날, 우라늄 공급망이 흔들린다

2026. 5. 24. 02:20원자력 뉴스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곳에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우라늄 공급입니다. 원전 건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연료가 없으면 발전소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연료의 출발점, 즉 우라늄 광산을 둘러싼 지정학이 지금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서부 사헬(Sahel) 지역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그 중심입니다.

58년 만의 파국 — 아를리트 광구 취소

5월 18일, 니제르 군사정부 수반 Abdourahamane Tiani가 각료회의에서 역사적인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1968년 프랑스 원자력청(CEA)에 부여됐던 아를리트(Arlit) 우라늄 광구 권리를 공식 취소한 것입니다. 58년간 이어져 온 프랑스의 니제르 우라늄 채굴 권리가 하루아침에 박탈됐습니다.

광구를 운영해 온 것은 프랑스 국영 핵연료 기업 Orano(구 Areva)입니다. Orano는 1978년부터 COMINAK이라는 합작회사를 통해 아를리트에서 우라늄을 캐 왔습니다. 니제르 정부가 내세운 취소 사유는 Orano의 광구 일부 구역 표면 로열티 미납이었습니다. 니제르 측은 2025년 4월과 9월, 두 차례 공식 통보를 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각료회의에서 니제르 정부는 국영 우라늄 채굴사 TSUMC SA(Teloua Safeguarding Uranium Mining Company)도 새로 설립했습니다. 광구 권리를 빼앗은 뒤, 직접 운영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 사헬 블록의 체계적 재편

이 사건만 따로 보면 단순한 외교 분쟁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맥락을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2024년에도 니제르는 Orano의 또 다른 광산, 이무라렌(Imouraren) 광산 개발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이번 아를리트 취소가 두 번째 사례입니다. 그리고 Orano의 소마이르(Somaïr) 광산도 이미 국유화 절차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니제르에서 프랑스 관련 우라늄 자산이 하나씩 박탈되고 있는 것입니다.

니제르뿐만이 아닙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이 세 나라는 AES(아프리카 안보 동맹, Alliance of Sahel States) 블록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석가들은 사헬 AES 블록이 사헬 전역에서 탈식민 자원 재편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로열티 미납이 구실이 됐을 수는 있지만, 큰 그림은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진 프랑스의 아프리카 자원 지배 구조를 끊어내려는 것입니다.

우라늄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니제르는 2023년 기준 세계 7위 우라늄 생산국으로, 연간 약 2,020톤의 우라늄을 생산했습니다. 전 세계 우라늄 공급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특히 프랑스 EDF에게 니제르 우라늄은 오랫동안 핵심 공급원이었습니다.

니제르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면, 그 빈자리는 어디서 채워질까요? 카자흐스탄, 캐나다, 호주 세 나라가 각각 세계 1, 2, 3위 우라늄 생산국입니다. 니제르발 공급 불안은 자연스럽게 이 나라들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이어집니다. 캐나다의 Cameco나 카자흐스탄의 Kazatomprom 같은 기업들이 반사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라늄 현물 가격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이미 2023년 쿠데타 이후 니제르 불안이 우라늄 가격 상승 압력의 한 요인이 됐습니다. 아를리트 광구 취소는 그 압력을 한층 더 높이는 이벤트입니다.

또 다른 우려는 니제르 TSUMC가 자국 우라늄을 서방 대신 다른 구매자에게 팔게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 광물 자원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니제르 우라늄이 이 방향으로 흘러가면, 서방 핵연료 공급망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더욱 커집니다.

한국 원자력에 주는 시사점

이 이야기가 한국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원전 24기를 운영하며, 그 연료가 되는 우라늄 전량을 수입합니다. 우라늄 농축도 대부분 해외에 의존합니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한국 원전도 영향을 받습니다.

물론 니제르 우라늄이 한국 원전에 직접 들어가는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우라늄 공급망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정 지역 공급이 줄어들면 전체 가격과 수급에 파급이 옵니다.

사헬 지역의 자원 민족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는, 원자력 연료 공급망의 지리적 다변화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합니다. 프랑스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집중해 온 공급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카자흐스탄·캐나다·호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에너지 공급망은 눈에 잘 띄지 않을 때 더 중요합니다. 원자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연료의 출발점, 즉 광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